직장인 김모 씨(36)는 내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조카에게 값비싼 브랜드 책가방을 사주기로 약속했다. 집안에 하나뿐인 어린아이인 조카라 김 씨는 “최대 30만원까지 예산을 잡고 있다”고 귀띔했다.
2024년 신학기를 앞두고 패션업계가 신제품 책가방을 선보이고 있다. 신학기 시작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용품을 미리 준비하거나 연말 선물로 준비하는 경우가 많아 이맘때가 성수기다. 특히 신학기 가방은 가격대가 높은 ‘브랜드 가방’ 선호도가 높다. 자녀 한 명을 위해 부모는 물론 양가 조부모, 이모, 삼촌, 고모 등 어른들이 아낌없이 지출하는 트렌드가 뚜렷해지면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초등학생 책가방’ 검색량이 증가하고 있다. 이 키워드는 보통 11월부터 조금씩 증가하기 시작하는데 이달 들어 검색하는 이가 크게 늘었다. 네이버 포털 키워드 검색량 추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블랙키위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초등학생 책가방 키워드의 검색량은 6만1600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달보다 270.48% 뛴 수치다.
실제로 MLB 키즈, 뉴발란스 키즈, 빈폴 키즈, 포터리반 키즈, 휠라 키즈 등 주요 아동 패션 브랜드는 일제히 신학기 책가방 라인업을 공개했다. 주로 저학년을 위한 책가방은 ‘경량화’에, 고학년은 ‘수납력’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 브랜드 상징인 토끼 캐릭터 ‘빙키’를 활용한 시리즈 상품을 내놔 인기를 끈 빈폴 키즈는 올해도 관련 상품을 내놨다.
이처럼 신학기 가방으로 각종 브랜드들이 앞다퉈 출시 경쟁을 벌이는 것은 프리미엄 바람이 불기 때문이다. 출산율 저하로 각 가정마다 아이가 귀해지자 자녀나 손주, 조카 등을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이른바 ‘텐포켓’ 현상이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가방과 신발 주머니 등 세트 가격이 평균 20만~30만원대를 웃도는 등 고급화 경향이 뚜렷하다.
수백만원대 명품 브랜드들도 어린이 책가방을 판매 중이다. 성인 명품 못지 않게 비싼 가격을 자랑한다. 글로벌 명품 이커머스 플랫폼 파페치에 따르면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브루넬로 쿠치넬리 키즈'에서 판매되는 '로고 프린트 플란넬 책가방'은 약 200만원, 톰브라운 키즈에서 판매되는 '패치 디테일 책가방'은 100만원가량 한다. 버버리칠드런의 경우 특유의 체크무늬 로고가 그려진 백팩(책가방)도 112만원이나 되지만 많이 팔려나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들에게 좋은 제품을 사주려는 경향이 강해 가격대가 있는 프리미엄 제품군에 속하는 브랜드 책가방 인기가 높다“라며 “기능성에 중점을 두거나 어린이들이 선호하는 캐릭터 가방이 인기였던 과거 경향과는 다른 분위기”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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