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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대기업 사회공헌까지 방해하는 공정거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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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인. 공정거래법에 등장하는 이 단어는 40년 가까이 기업을 옭아매는 족쇄 역할을 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집단의 사업 내용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를 찾아내 동일인이라는 딱지를 붙인다. 갖가지 자료 제출 의무도 지운다. 특수관계인의 투자 내용까지 파악해 보고하게 한다. 부실·허위 신고 때는 2년 이하의 징역이란 철퇴를 맞는다. 조사 권한도 없는 개인에게 지우는 과도한 의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동일인 규제는 전근대적인 연좌제 성격도 갖고 있다. 계열 비영리법인의 사외이사를 ‘동일인 관련자’로 판단하고, 사외이사가 경영하는 회사까지 대기업집단으로 묶어 규제해서다. 예컨대 삼성재단의 사외이사가 독립적인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면, 그 업체가 삼성의 계열사로 편입되고 공정위의 대기업 규제를 받는 식이다. 부작용도 적지 않다. 올해 한 대기업 미소금융재단은 청년층 금융지원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혁신기업 C사의 대표 K씨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C사가 대기업 계열사에 올라 각종 규제 대상이 되는 것에 K씨가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동일인 규제가 대기업의 사회공헌 사업에 ‘장애물’이 된 것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국회가 공정거래법상의 동일인 규제 개선에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다. 감사, 비영리법인 임원의 독립경영회사를 기업집단에서 제외하는 것이 핵심 내용 중 하나다. 소관 위원회인 정무위 소속 의원도 여야 구분 없이 긍정적이다. 지난 10월 열린 정무위 법안심사 소위에서 김종민 야당 간사가 “비영리법인 임원에 대한 동일인 관련자 제외 조항은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규제 개선을 저지하고 있는 건 공정위다. 공정위는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 같은 비영리법인이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사용될 우려가 있다며 법 개정 반대 의사를 밝혔다. 기업들은 공정위 주장에 대해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한다. 40년 전과 달리 총수가 그룹 전체의 의사결정을 전담하기 어려운 구조로 바뀌었고, 기업 경영에 대한 사회적 감시가 촘촘하기 때문이다. 낡은 동일인 잣대를 계속 들이댈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공정위 행태는 ‘기업하기 좋은 국가’를 표방한 윤석열 정부 시책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정부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한국 기업을 돕지는 못하더라도 뒷다리를 잡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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