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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외국인 육아 도우미 도입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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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고3이 되는 첫째 아이는 돌이 다 될 때까지 통잠을 자지 않았다. 그 덕에 하룻밤을 자려면 1시간 간격으로 강제 기상을 해야 했다. 해외 출장을 하루 앞둔 날 초등학생이던 둘째 아이는 독감에 걸렸고, 어린아이를 집에 혼자 둘 수 없어 남편이 휴가를 내야 했다. 육아는 참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시험을 잘 보고, 일을 열심히 하면 성과가 나오는 법인데, 육아는 열심히 한다고 해서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었고, 열심히 할수록 칭찬은커녕 직장에선 눈치가 보이기도 했다. 똑똑하기로 소문나고 직장에서도 인정받던 대학 동기들은 아이 엄마가 되고 나서 육아 고민으로 하나둘 전업주부가 됐다.

인건비가 저렴한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 출신 외국인에게 육아를 맡겨 여성 경력 단절을 막고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완화하겠다는 외국인 육아 도우미 시범사업이 필리핀 정부와의 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한다.

외국인 육아 도우미 사업 추진이 마치 여성의 경력 단절과 저출산 문제 해결의 묘수로 묘사한 정책 발표나, 실제로 입법화에 이르지는 않았으나 외국인 육아 도우미에게 최저임금법이 적용되지 않는 특례법을 만들어 월 100만원 미만의 급여만 지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법안이 발의되는 과정을 보면서 크게 두 가지 의문이 들었다. 첫째는 저렴한 비용의 육아 도우미만 있다면 육아 고민이 해결되는가였고, 둘째는 대한민국보다 상대적으로 경제 수준이 높지 않은 국가의 국민에게는 동일한 노동력 제공이라도 최저임금법을 밑도는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정당한가였다.

먼저, 적은 비용으로 아이의 옷을 입히고, 씻기고, 밥을 먹이는 역할을 대신해줄 사람을 찾았다고 육아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은 아니더라도 육아를 위해 주 양육자는 아이에게 사랑을 쏟고, 정서적인 교감을 하고, 올바른 인성을 가지도록 온 힘을 다한다. 육아 때문에 경력 단절과 저출산 문제가 대두됐다면 저렴한 비용으로 육아 기능을 대체할 외부 인력을 채용할 정책을 세우기에 앞서, 주 양육자가 직접 육아를 담당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우선 확대해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올여름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발표 과정에서 육아휴직 기간 확대가 논의된 것은 반가운 일이었으나, 구체적인 법률 개정으로 이어지지 않아 언제 현실화할지 요원하다.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경제적 수준이 높지 않은 나라에서 온 사람이라고 내국인 육아 도우미와 동일한 노동을 제공함에도 낮은 대가를 지급해도 된다는 발상은 참으로 우려스러웠다. 단순히 경제 수준이 우리나라보다 높지 않은 국가의 국적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내국인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해도 된다는 발상은 부정할 수 없는 국적에 따른 차별이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외국인 육아 도우미에게 최저임금을 밑도는 임금 지급 방안은 구체적인 검토 과정에서 국제노동기구(ILO) 차별금지 협약 위반 등을 고려해 무산됐다. 그러나 이런 방안이 실제 검토됐다는 것 자체는 여전히 씁쓸함을 남긴다.

육아는 최소 비용, 최대 효과와 같은 경제원칙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단순한 경제적 논리가 아니라 주 양육자와 양육 대상자의 입장을 고려한 육아 지원 정책이 도입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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