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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전관 142명이 60개 업체 포진…용역 싹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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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퇴직한 뒤 건설회사에 취직한 사람이 2년 새 5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을 채용한 업체들이 LH가 발주한 공사를 따내는 등 전관예우 관행이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한국NGO신문을 통해 입수한 LH 전관 리스트를 분석한 결과 LH 퇴직자 중 142명이 60개 업체에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4일 발표했다. 2021년 경실련은 71개 업체에 95명의 LH 출신이 재직 중이라고 밝혔다. 2년 새 건설업체에 영입된 전관이 47명(49.5%) 늘어난 것이다.

경실련은 LH 출신을 영입한 회사들이 LH가 발주하는 공사를 ‘싹쓸이’했다고 주장했다. 전관 업체가 포함된 컨소시엄(공동도급)들은 지난해 1~6월 LH 건설사업관리 용역을 3925억원어치(69건) 수주했다. 전체 5101억원의 76.9%다. 전관업체가 수주한 용역의 계약금액은 건당 57억원으로 전체 평균(46억원)보다 23.9% 많았다.

설계용역도 사정이 비슷했다. 같은 기간 LH 출신이 포함된 컨소시엄이 수주한 LH 설계용역 계약 금액은 1928억원으로 전체(3833억원)의 50.3%에 달했다. LH의 설계용역은 주로 ‘설계 공모 계약’ 방식으로 이뤄진다. 전체 설계 공모 계약 금액은 건당 평균 26억원이지만 전관 컨소시엄이 계약한 설계 공모 용역은 건당 평균 30억원으로 더 많았다. 경실련은 “전관업체가 단가가 높은 ‘알짜배기’ 계약을 집중 수주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경실련은 이들 회사가 수주할 수 있었던 것은 특별한 평가 방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LH는 용역사업에 대해 종합심사낙찰제를 시행하고 있다. LH 용역사업은 기술 점수(80%)와 가격 점수(20%)를 더해 순위를 매기는데, 비중이 높은 기술 점수가 심사위원 주관에 좌우된다. 경실련 관계자는 “심사위원과 친분이 있거나 로비할 수 있는 LH 출신이 유리하다”며 “여기에 평가가 끝난 뒤 강제차등점수제까지 적용돼 전관업체의 계약 과점 현상은 심해진다”고 주장했다. 강제차등점수제는 순위별로 평가점수를 강제로 차등(약 10%) 적용하는 방식이다.

경실련은 전관예우를 없앨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LH 혁신방안은 지금과 같은 평가 방식을 유지할 경우 달라질 게 없다”며 “대통령 직속 ‘전관 특혜 근절 특별위원회’를 상설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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