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인터넷방송 스트리밍 업체인 아프리카TV가 사명과 동일한 플랫폼 이름을 18년 만에 바꾸기로 했다. 이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방송인(스트리머)을 가리키는 ‘BJ’와 후원용 사이버머니인 ‘별풍선’ 등도 이름을 바꾸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인터넷방송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어내 이 시장에서 철수한 아마존의 빈자리를 차지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14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아프리카TV는 내년 3월 인터넷방송 스트리밍 플랫폼인 ‘아프리카TV’를 ‘숲(SOOP)’으로 바꾸기로 했다. 아프리카TV는 이 업체가 2006년 인터넷방송 사업을 시작한 뒤 줄곧 써오던 이름이다. 대륙명과 같다보니 이 이름은 아프리카TV가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애로사항이 되기도 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기존 스트리밍 플랫폼을 새 이름으로 바꾸려는 것”이라며 “사명을 함께 바꾸는 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아프리카TV가 그간 쌓였던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고자 새 단장을 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아프리카TV는 BJ, 별풍선 등의 명칭도 변경하는 쪽으로 내부 의견을 조율했다. 그간 이 업체는 일부 스트리머들이 지나친 노출 등 일탈 행위를 저지르면서 이에 대한 관리 소홀 비판을 받았다. 스트리머 후원에 쓰이는 사이버머니인 ‘별풍선’은 사행성 조장 논란을 낳기도 했다.
아프리카TV와 아마존이 양분해왔던 인터넷방송 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것도 이번 개편에 영향을 미쳤다. 아마존 자회사인 트위치는 망사용료 부담이 과다하다는 이유로 내년 2월 한국 인터넷방송 사업을 접기로 했다. 아프리카TV로선 이 시장 1인자였던 트위치 내 방송인들을 끌어들여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앱 시장 분석 서비스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1월 개인방송 앱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트위치(203만명), 아프리카TV(194만명), 카카오TV(11만명) 순이었다.
아프리카TV는 트위치의 철수에 고무적인 입장이다. 서수길 아프리카TV 창업자 겸 최고BJ책임자(CBO)는 지난 13일 자체 진행한 인터넷방송에서 트위치의 사업 철수에 대해 다루면서 “본질은 아프리카TV, BJ, 시민들, 이용자들이 이긴 것”이라며 “전세계에서 트위치와 유튜브가 라이브 방송을 못하는 곳은 우리나라뿐”이라고 말했다.
네이버가 인터넷방송 시장 진입을 선언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네이버는 오는 19일 스트리밍 플랫폼인 ‘치지직’을 공개할 예정이다. 트위치 이용자들이 대안으로 선택할 수 있는 창구가 생긴 셈이다. 네이버는 트위치 스트리머들의 영입을 시도하고 트위치 기반 게임 대회를 후원하는 등 트위치의 공백을 메꾸는 쪽으로 사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