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이맘때 쿠팡과 제품 납품 단가를 두고 갈등을 빚어 올해 내내 ‘탈(脫)쿠팡’ 기조를 이어온 CJ제일제당이 쿠팡 철수 후에도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감을 얻은 CJ제일제당은 자사몰에 쿠팡의 ‘로켓배송’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내일 도착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독자 생존에 더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CJ제일제당은 공식몰 CJ더마켓에서 내일 도착 서비스인 ‘내일 꼭! 오네’를 시작한다고 11일 발표했다. 밤 11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CJ제일제당 제품을 전국(제주 및 도서·산간 지역 제외)에서 받아볼 수 있는 배송 서비스다.
햇반, 비비고 국물 요리 등 상자 단위로 파는 일부 상온 제품에만 적용하던 서비스를 전 제품으로 확대한 것이다. 자사몰 유료 멤버십인 더프라임 회원을 늘리기 위해 회원비도 낮춘다. 지난달 말 기준 CJ더마켓 누적 회원은 350만 명을 넘어섰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내년 1월 말에는 내일 도착 서비스를 CJ제일제당의 네이버 공식 브랜드스토어에 적용하는 등 다른 유통 채널로도 점차 확장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쿠팡과의 갈등이 표면화한 이후 쿠팡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작업에 전력을 기울였다. 지난 3월 네이버쇼핑이 운영하는 도착보장 전문관에 입점한 데 이어 6월부터는 11번가, 신세계그룹 유통 3사(이마트 SSG닷컴 G마켓), 컬리, B마트 등과 공동 마케팅을 이어왔다. 신세계그룹과는 일부 신제품 개발 단계부터 협업하는 등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이런 판단의 배경에는 쿠팡 이탈 후에도 큰 타격이 없는 국내 가공식품 부문 실적이 있다. 갈등 초반에는 CJ 내부에서조차 ‘쿠팡만 한 거대 채널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왔지만, 3분기까지 실적 집계 결과 이는 기우인 것으로 결론 나는 분위기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상반기 CJ제일제당의 국내 가공식품 매출은 1조70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8% 줄었지만 하반기에는 1조9926억원으로 3.1% 증가할 전망이다. 오지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의 영향과 가격 인상에 대한 피로감으로 지난해 3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국내 가공식품 판매량이 감소하는 시기를 겪었다”며 “하지만 소비자들이 외식 소비를 줄이면서 7월부터는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고물가 기조로 소비자들이 외식을 줄이고 ‘집밥’을 선택하는 것도 비비고 등 가정간편식(HMR) 부문이 강한 CJ제일제당에 호재로 꼽힌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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