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과 호랑이의 웅장한 형세가, 어찌 지렁이와 고양이 따위의 자태를 일삼으랴! 경술년 3월 여순 감옥에서, 대한국인 안중근 씀.”
안중근 의사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 며칠 전에 남긴 유묵(遺墨)이 국내 경매에 나왔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듯한 내용을 시원스럽고 당당한 필치로 쓴 뒤 옆에 지장을 찍은 작품으로, 낙찰 추정가는 5억~10억원이다.
서울옥션은 오는 20일 ‘제 176회 미술품 경매’를 열고 안중근 의사 유묵을 비롯한 총 78점, 68억원 규모의 작품을 경매에 부친다. 유묵은 1910년 3월 안 의사가 사형 집행 며칠을 앞두고 쓴 작품이다. 일제시대 일본으로 건너간 후 일본 교토의 개인 소장가가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앤디 워홀의 ‘달러 사인’(추정가 6억~12억원),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6억9000만~10억원), 박서보 화백의 수억원대 ‘컬러 묘법’ 작품 등도 같은 경매에서 새 주인을 찾는다. 조선 후기 필통인 ‘백자청화진사투각산수화훼문사각필통’(2500만~1억원) 등 고미술 작품들과 구한말 채용신이 그린 독립운동가 최전구의 초상과 칙명 등 관련 유물(5000만~1억원)도 함께 나왔다. 경매는 20일 오후 4시 서울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열리며, 경매 당일까지 같은 건물 5~6층에서 무료로 관람 가능하다.
다음날인 20일에는 케이옥션의 12월 경매가 열린다. 작품 수는 101점, 총액은 70억원 가량이다. 이번 경매에서 추정가가 가장 높은 작품은 김환기가 뉴욕에서 작업하던 시절 그린 십자 구도의 작품 '4-VI-69 #65'. 추정가는 7억5000만~20억원이다.
해외 유명 작가의 작품으로는 데미언 허스트의 '무제'(5억8000만~9억원), 쿠사마 야요이의 'Aching Chandelier'(4억6000만~8억원), 아야코 록카쿠의 'Untitled'(2억7000만~4억원) 등이 눈에 띈다. 박서보 화백이 그린 1985년 작품 연필 묘법(8억3000만~15억원)을 필두로 다양한 양식과 크기, 가격대의 묘법 작품들도 주목할 만하다.
경매 프리뷰는 케이옥션 신사동 본사에서 열린다. 경매 당일인 20일까지 전시장에서 예약 없이 무료로 관람 가능하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