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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케이크 안 팝니다"…겨울 대목에 메뉴 없앤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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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10년째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46)는 최근 5만원에 팔던 딸기 케이크 1호(3~4인용) 메뉴를 없앴다. 딸기만 1kg 들어가는 매장의 대표 메뉴였지만, 작년 1만2000~1만5000원에 납품받던 딸기 1kg 값이 최근 3만원이 넘을 정도로 크게 뛰면서다.

케이크 가격을 1만2000원 정도 인상했지만 딸기뿐 아니라 같이 들어가는 밀가루와 계란, 생크림 값까지 재료비가 판매값의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딸기 재고가 쌓이면 예전보다 손해가 더 큰 상황이지만 케이크 값에 비싸지자 이 케이크를 찾는 손님은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이씨는 “딸기 케이크 가격을 확인하고 비싸다며 혀를 차고 나가는 손님도 있었다”며 “재룟값을 일일이 공개할 수도 없고 팔수록 이미지만 나빠지는 것 같아 가끔 단골손님이 개별 주문할 때를 제외하면 딸기 케이크를 팔지 않는다”고 말했다.

겨울철 베이커리 대표 메뉴로 꼽히는 딸기 케이크가 사라지고 있다. 딸기 값이 작년보다 40% 가까이 급등하면서 케이크를 팔아도 남는 게 별로 없다는 게 동네 빵집들 설명이다.


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서울 가락시장에서 딸기(특등급) 2㎏은 5만8035원에 거래됐다. 1년 전(4만1825원)보다 38.8% 급등했다. 여름철 폭우와 폭염이 반복돼 정식(밭에 옮겨심기) 시기가 늦어지면서 출하 물량이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딸기 출하면적(지난 11월 기준)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1년 전보다 7%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딸기 케이크 가격을 대폭 올리거나, 이도 여의치 않으면 ‘겨울 대목’을 포기하는 업체들이 많다. 주로 원재료 가격 변동에 취약한 자영업자나 개인 빵집, 베이커리들이다.

원재료비 부담이 커지면서 판매 단가가 낮은 소규모 자영업자 매장일수록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어서다. 소규모 업체들은 소비자 가격 민감도가 높아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기가 여의치 않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아파트단지 내 빵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32)는 “올해 딸기 값이 너무 많이 올라 아무리 저렴한 공급업체를 찾아도 단가를 맞추기 힘들었다”며 “단지 내 매장 특성상 가격을 많이 올려 받기가 어렵다. 딸기 케이크 판매 비중을 크게 줄이고 있다”고 했다. 인근 또다른 매장 업주도 “생과일 딸기로는 이익이 나질 않는데 케이크 특성상 냉동을 쓸 수도 없어 딸기 값이 떨어질 때까지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딸기를 주재료로 하는 특급호텔 케이크 가격은 이미 대폭 올랐다. 롯데호텔서울 델리카한스 프리미엄 딸기 케이크는 지난해 7만5000원에서 8만5000원으로 1만원 오른 데 이어 올해도 1만원 넘게 뛰어 9만8000원이 됐다. 파라다이스시티의 크리스마스 케이크 ‘시그니처 딸기 트리’도 올해 판매가를 11만원으로 책정해 지난해(9만3000원)보다 가격을 18.3% 올렸다.

호텔들이 연말부터 내년 봄까지 여는 ‘딸기 뷔페’ 비용도 훌쩍 뛰었다. 겨울철 서울 주요 호텔들이 딸기 뷔페 사전 예약을 받는 가운데 가격이 전년 대비 많게는 30%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호텔서울 페닌슐라 라운지&바 딸기 뷔페는 12월 한 달간 스페셜 가격을 성인 1인 13만5000원으로 전년 대비 5% 인상했다. 최소 두 명은 돼야 예약할 수 있어 이달 딸기 뷔페를 즐기려면 27만원(성인 2인 기준)을 내야 한다.

반얀트리 딸기 뷔페는 성인 기준 기존 6만9000원에서 8만2000원으로, 서울드래곤시티 노보텔 스위트 ‘더26’의 ‘딸기 디저트 스튜디오’는 8만원에서 9만원으로 올랐다.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역시 ‘살롱 드 딸기’ 성인 기준 가격을 지난해보다 주중 10%, 주말 13% 오른 각 7만7000원, 8만7000원으로 책정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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