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고 벨라스케스(1599~1660)는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이다. 세비야에서 태어난 그는 불과 24세 때 스페인 왕 펠리페 4세에게 발탁돼 평생 왕실 궁정화가로 지냈다. ‘서양미술사에서도 손꼽히는 천재’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뛰어난 재능 덕분이었다.
벨라스케스는 모든 종류의 그림에 능했다. 그중에서도 사실적이고 상대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듯한 초상화는 독보적이라는 평가다. 파블로 피카소와 프란시스코 고야, 에두아르 마네, 살바도르 달리 등 후대의 무수한 거장들이 그의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미술 시장에서는 존재감이 크지 않다. 주요 작품 대부분을 스페인 프라도미술관과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 등 세계 최고 미술관이 소유하고 있어 시장에 나올 일이 없기 때문이다.
내년 2월 소더비 뉴욕 경매에 벨라스케스의 작품 ‘이사벨 데 보르본’이 출품된다는 소식이 최근 미술계에서 화제를 모은 건 이런 이유에서다. 이 작품은 벨라스케스가 펠리페 4세의 부인 이사벨 데 보르본을 정성들여 그린 작품이다. 1808년 나폴레옹 군대가 스페인에서 약탈해온 뒤 프랑스 귀족과 영국 은행가의 손을 거쳐 한 백만장자 가족이 보유하고 있었고, 파리 루브르박물관에도 전시된 적이 있다. 예상 낙찰가는 3500만달러(약 455억원)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