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가 한국앤컴퍼니(옛 한국타이어그룹)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는 것은 여러모로 우려스럽다. 국내 최고의 운용 역량을 가진 사모펀드 운용사가 기업 내부 갈등에 중재자와 조언자의 역할을 하기는커녕 이를 틈 타 경영권을 뺏으려고 하는 모양새다. MBK는 현재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고문과 손잡고 한국앤컴퍼니를 대상으로 공개매수에 나선 상황이다. 최대주주이자 조 고문의 동생인 조현범 회장을 제치고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그 뒤 총수 일가를 대신해 경영을 맡겠다고 한다.
그동안 토종 사모펀드가 국내 기업을 공격한 사례는 더러 있었다. 강성부 펀드로 유명한 KCGI가 한진칼 경영진과 다툼을 벌였고, 얼라인파트너스는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을 뺏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은 외형이 작았고 영향력도 제한적이었다. MBK파트너스는 다르다. 명실공히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데다 아시아 전체에서도 1, 2위를 다투는 곳이다. 사모펀드가 급팽창하던 시기에 사모펀드협의회 회장사를 맡아 금융당국에 사모펀드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 목소리를 가장 크게 낸 곳이기도 하다. 아무리 ‘돈에는 영혼이 없다’지만 그쯤 되면 국내 자본시장에서의 위상과 그에 맞는 역할을 생각해야 한다.
MBK가 보여준 행태는 단기 차익만 쫓는 해외 행동주의 펀드와 다르지 않다. 기업 승계 과정에서 경영권이 취약해지거나 총수 일가가 사법 리스크에 휘청이는 틈을 노려 기업을 탈취하려 하고 있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밀려난 친인척이나 전직 임원의 손을 잡은 뒤 지배구조 개선, 소액주주 보호 등의 미명을 갖다 붙이는 것도 이 펀드들의 단골 수법이다. 그렇게 경영권을 확보하면 미래 성장에 필요한 자산을 유동화하고 쌓아둔 현금을 배당으로 빼내곤 한다. MBK의 해당 펀드에는 국민연금 등 국내 연기금이 대거 출자했다. 아무리 포괄적인 위임을 받았다지만 해외 헤지펀드들이 하는 짓을 답습해서야 되겠는가. 사모펀드들이 국내 대표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행태가 반복되면 해당 기업은 물론 산업 전체가 위축된다. 모험자본의 본질이 기업 성장의 ‘젖줄’이 되고 위기에 ‘구원투수’가 되는 데 있다는 점은 새삼 일깨울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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