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2025년 11월부터 케이블카 대신 곤돌라를 타고 남산 정상에 오를 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곤돌라 조성을 위한 입찰 공고를 6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게시했다고 밝혔다. 총 공사비는 400억원 규모다. 곤돌라는 명동역에서 200m 떨어진 예장공원(하부승강장)에서 남산 정상부(상부승강장)까지 총 804m를 오고 간다. 캐빈 25대(10인승)가 시간당 1600명가량을 수송할 계획이다. 이용요금은 8000~1만원 수준이다.
7년 만에 재추진
남산 곤돌라는 오세훈 시장 첫 임기 때인 2008년부터 추진됐으나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반대에 가로 막혀 매번 좌초됐다. 우선 환경단체 측이 남산 곤돌라 설치 시 환경 파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를 냈다. 사업은 2015년 박원순 전 시장 시절 ‘남산 예장자락 재생사업’으로 재검토됐다. 예장공원과 주차장을 조성하고, 남산 곤돌라를 신설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공원과 39면의 주차장은 2021년 8월 문을 열었지만, 곤돌라 건설은 한양도성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반대로 인해 백지화됐다.남산 케이블카를 60년가량 운영해 온 업체 측의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업체 측은 올 1월 도시공원위원회에서 사업을 심의 받으면서 곤돌라 도입에 반대하지 않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서울시는 남산을 자동차 배출가스 없는 대기청정지역으로 지정하고 남산 정상부로의 관광버스 진입을 전면 통제하기도 했다. 오승민 시 도시정비과장은 "관광버스로 연 평균 189만명이 남산 정상 전망대까지 오르곤 했다"며 케이블카 대체 수단의 필요성이 대두됐다고 설명했다. 시가 지난달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0.7%가 곤돌라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환경 보전 위해 기금 마련
사업을 작년 11월부터 재검토한 서울시는 지난 6월 '지속 가능한 남산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내년 하반기께 공사에 착수하면 2025년 11월부터 시민 관광객들이 곤돌라를 탈 수 있을 전망이다. 곤돌라를 도입해 남산 예장공원이 주요 관광지로 떠오르면 명동 인근 상권으로 밀집하는 관광객을 분산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도 시는 내다봤다.
주변 생태환경 보전을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시는 올 6월 환경단체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지속 가능한 남산을 위한 발전협의회’를 발족했다. 한봉호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위원장), 서울환경연합, 생태보전시민모임, 생명의숲 연구소, 서울시민연대 등 다수 환경단체로 구성됐다. 시는 내년 1월께 조례를 제정해 곤돌라 운영사업의 전액을 남산 생태여가 기금으로 쌓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타당성 조사 결과 남산 곤돌라 사업의 수익성도 높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오 과장은 "사업의 비용 대비 편익(B/C)이 1.99로 나타났다”며 "5년 정도면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근 4개 교육기관의 학생들이 학습권·사생활 침해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오승민 시 도시정비과장은 “공사 중 학생들의 안전 문제와 예장공원 주변 교통에 대한 대책도 입찰안내서에 반영했다”고 강조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