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스트리밍 플랫폼 자회사인 ‘트위치’가 한국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망 사용료에 부담을 느껴서다. 이 시장 기존 강자인 아프리카TV와 시장 진출을 앞둔 네이버 위주로 스트리밍 플랫폼 시장이 재편될 전망이다.
트위치는 “내년 2월 27일 한국에서 사업 운영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6일 공지했다. 이 회사가 밝힌 종료 이유는 망 사용료 부담이다. 트위치는 “한국 운영에 드는 비용이 심각하게 높다”며 “대부분의 다른 국가에 비해 10배가 더 높은 네트워크 수수료로 인해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트위치 이용자들은 내년 2월 27일 이후 유료 상품 구매가 불가능할뿐 아니라 스트리머들의 수익 창출도 막힌다.
댄 클린시 트위치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오전 직접 스트리밍 방송을 진행하면서 종료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트위치는 지난해 9월에도 망 사용료 부담을 이유로 국내에서 제공하는 영상 해상도 수준을 최대 1080p에서 720p로 낮췄다. 지난해 11월엔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도 종료했다. 외부 업체를 통해 시청자의 스트리머 후원을 장려하는 서드파티 사업모델에 대해선 문제가 없다는 게 클린시 CEO의 설명이다.
망 사용료는 국내 통신망 사업자인 통신 3사와 해외 콘텐츠 공급사 간 논쟁거리였다. 통신사들은 콘텐츠 공급사의 망 이용에 요금을 물리는 등의 조치를 바랐던 반면 콘텐츠 공급사들은 콘텐츠 공급으로 인해 통신 상품 유통이 활성화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망 사용료를 놓고 2020년 소송전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 9월 양사 협의로 소송이 취하되면서 망 사용료 논쟁은 가라앉은 상태다. 트위치는 넷플릭스와 같은 VOD 기반 업체보다 라이브 스트리밍 업체의 망 사용료 부담이 더 크다는 입장이다.
트위치의 철수로 인해 아프리카TV, 트위치, 유튜브 등이 각축을 벌였던 게임 스트리밍 시장의 판도도 크게 흔들리게 됐다.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오는 19일 ‘치지직’이란 이름의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험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인기 스트리머들의 영입을 시도하면서 서비스 정착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분간은 아프리카TV의 독주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아프리카TV는 게임뿐 아니라 미모를 강조하는 방송, 재테크 방송으로도 스트리머 생태계를 넓혀가고 있는 상황이다. 트위치 철수 소식에 아프리카TV 주가는 이날 오전 10시47분 기준 전거래일 대비 24.77% 오른 8만1000원을 기록했다.
스트리밍 업계 관계자는 “트위치 철수와 네이버 진입이 맞물리면서 새로운 스트리머가 주목 받을 여지도 많아졌다”며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는 네이버와 비교적 방송 자유도가 높은 아프리카TV로 시장이 양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