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옛 정보사 부지에 건립 예정인 '서리풀 보이는 수장고'의 설계를 영국 근현대 미술박물관인 테이트모던 갤러리를 설계한 '헤르조그 앤 드뫼롱(Herzog & de Meuron)이 맡게 됐다. 헤르조그 앤 드뫼롱은 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 건축상을 2001년 수상한 스위스 건축사로 중국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과 독일 함부르크 엘프필하모니 등을 설계했다.
서울시는 ‘서리풀 보이는 수장고’ 국제설계공모 최종 당선작에 스위스 ‘헤르조그 앤 드뫼롱(Herzog & de Meuron)社’ 작품이 최종 선정됐다고 6일 밝혔다. 이 수장고는 ‘서리풀 특별계획구역 개발사업’ 시행자가 대지면적 5800㎡에 1260억원을 투입해 토지에 건축물을 지어서 기부채납하는 방식으로 조성된다. 보유하게 될 모든 소장품과 미술품의 복원과정까지 100% 공개하는 국내 최초 ‘열린 미술관형 수장고’가 될 전망이다. 2028년 개관이 목표다.
이번에 선정된 ‘헤르조그 앤 드뫼롱’은 건축가 자크 헤르조그와 피르 드뫼롱이 설립한 건축설계사무소로, 스위스 바젤에 본사를 두고 있다. 2001년 건축계 노벨상인 프리츠커 건축상과 영국 왕립건축가협회가 부여하는 ‘IBA 골드 메달’ 등을 수상했다. 그동안 설계한 작품으로는 테이트 모던(영국), 함부르크 엘프필하모니·뮌헨 알리안츠 아레나(독일)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중국) 등이 있다.
최종 선정작품은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다. 서리풀 언덕 및 서초대로와 조화를 이루는 외관을 형성할 전망이다. 1층 매스 사이 공간을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4개의 정원으로 조성하도록 설계했다. 6층에 조성되는 카페는 4개면을 통유리로 만들고 건물 전면에 태양광 패널을 붙일 계획이다. 내부는 중심부를 고깔 형태로 개방한 구조다. 미술작품, 도·토기, 지류 등 온도·습도 등 보존조건에 따라 수장품을 보관해 오랜 기간 최상의 상태로 보전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보유 중인 약 45만점의 문화예술 자원 중 10만점을 이 수장고에 배치해 전체 소장품의 공개율을 3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재 전시·공개되는 비율은 약 5%에 그친다. 폐쇄 수장고에 보관된 95%의 소장자료는 일부 연구자·관계자에게만 허용되고 있다.
이번 설계 공모는 9월부터 시작해 지난 1일 세계적 건축가 7명이 약 850명의 시민과 전문 심사위원단이 참석한 가운데 직접 공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현장참석 시민 외에도 전세계 2만6000여명이 유튜브로 프리젠테이션을 시청했다. 심사위원단은 김성홍 서울시립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손진 이손건축 대표, 민성진 SKM건축 대표, 그레이스라 하버드 GSD 교수, 페르난도 메니스 Menis Arquitectos 대표건축가, 예비 심사위원인 존홍 서울대 교수로 이뤄졌다. 심사위원단은 심사평에서 “1층에서 상부로 이동하면서 보존조건에 따라 정교하게 분류한 수장품을 방문자가 로비에서부터 단계적으로 발견해가는 방식을 택한 것은 기존 박물관, 미술관과는 차별되는 독창적인 개방형 수장고의 모델”이라고 밝혔다.
홍선기 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은 “서리풀 개방형 수장고 국제설계공모전은 기부채납 건축물의 첫 설계 공모사례로 민간과 공공이 상생하는 본보기가 될 것”이라며 “서리풀 개방형 수장고가 설계 및 시공과정에서도 관련 주체가 상호 협력해 혁신과 독창성이 실현되는 문화아이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