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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개월 감소세에 접어들었던 아일랜드의 법인세 수입이 지난달 큰 폭으로 반등했다.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정보기술(IT) 업체와 제약회사의 수출이 증가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아일랜드 내부에선 법인세 세수의 변동성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아일랜드 재무부는 지난달 법인세 수입이 63억 유로(약 8조 9414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7% 상승한 수치다. 지난달 법인세 수입이 크게 늘면서 올 1~11월 누적 수입도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9억 유로 증가한 211억유로를 기록했다.
지난 8월부터 3개월 연속 작년 대비 수입이 감소했던 추세에서 벗어나 반등에 성공했다. 8월과 10월 아일랜드 법인세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각 10억유로씩 감소했다. 9월에는 1년 전에 비해 2억 5000만유로 줄었다.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IT업체와 제약사의 매출이 월별 기준으로 들쑥날쑥한 모습을 보이자 세입도 덩달아 요동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이클 맥그라스 아일랜드 재무부 장관은 "법인세 수입이 지난해보다 4%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적 과잉의 시대가 끝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아일랜드 법인세 수입이 예상치보다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수출 호조로 인해 아일랜드 내 기업 매출이 증가해서다. 법인세 수입은 지난해 226억 유로에서 10억유로 증가한 236억유로를 기록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2021년 대비 47% 증가한 수치다.
아일랜드 재정자문위원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에디 케이시는 FT에 "법인세 수입에 대한 변동성이 커지면서 정부의 우려도 커진 것으로 보인다"며 "특정한 기간의 수입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전체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년에는 법인세 수입이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최저한세 협정에 따라 법인세를 소폭 인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일랜드 정부는 내년 최저법인세율을 기존 연 12.5%에서 2.5%포인트 상승한 15%로 인상할 예정이다.
아일랜드 재무부는 글로벌 최저한세를 도입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을 20억 유로로 추산한 바 있다. 다만 세율 인상으로 인한 수입 증가는 밝히지 않았다. 법인세율을 올려도 세입 감소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본사를 단기간에 이전하기 어려운 데다, 세율을 올려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평균 법인세율보다 6.5%가량 낮기 때문이다.
FT는 "아일랜드 정부 내부에선 앞으로 몇 년 간 재정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세입의 일부를 올해 새로 출범한 국부 펀드에 출자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