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은 5일 "부산 고객풀필먼트센터(CFC) 착공 이후 전국에 6개 CFC 건립을 통해 국내 온라인 그로서리(신선식품·식재료)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 회장은 이날 부산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에서 열리는 롯데쇼핑의 부산 CFC 기공식 참석에 앞서 이 같이 말했다. 롯데쇼핑은 이날 오후 2시 부산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 CFC 부지에서 기공식을 연다. 업계와 부산시 등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는 신 회장을 비롯해 박형준 부산시장과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 팀 스테인 오카도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한다.
롯데쇼핑은 온라인 식료품 시장 1번지 도약을 위해 지난해 11월 영국 오카도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후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 통합솔루션을 적용한 첨단 자동화 물류센터 설립을 추진했다. 2030년까지 1조원을 들여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에 6개 CFC를 내세워 2032년 온라인 식료품 매출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날 착공에 들어가는 부산 CFC에는 2000억원이 투자됐다. 연면적 4만2000㎡ 규모로 2025년 말 완공 목표다. CFC는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수요 예측과 재고 관리, 상품 피킹과 패킹, 배송 노선을 고려한 배차까지 모든 과정이 자동화로 이뤄진다. 집적 효율성을 높여 기존 물류센터보다 두 배가량 많은 4만5000여종의 상품을 취급한다. 배송 처리량도 하루 3만건으로 약 2배 늘어난다.
바둑판 모양 격자형 레일 설비인 ‘하이브’와 로봇 ‘봇’이 핵심이다. 하이브는 4만5000여종의 품목을 보관한다. 1000대 이상의 봇은 서버와 통신하며 하이브 위에서 상품 피킹과 패킹을 맡는다. 롯데쇼핑은 국내 배송 차량에 맞는 배송 박스와 프레임을 개발하고, 온라인 식료품 구매 편의를 높이도록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앱)도 개선하기로 했다.
회사 측 부산 CFC가 완성되면 하루 최대 33차례 배차를 통해 부산과 창원, 김해 등 경남지역 230만여 세대 고객이 신선 상품 등을 원하는 시간에 지연 없이 정확하게 배송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부산 CFC 운영과 배송 인력으로 2000개 이상 안정적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소상공인의 온라인 판로 확대를 통한 동반 성장 효과도 예상한다. 부산에 이 두 번째 CFC는 수도권 지역에 건설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신 회장이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 선점을 적극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에서는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의 e커머스 사업 부문(롯데온)은 적자를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 3분기에도 23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신선 식료품 시장에서 SSG닷컴, 쿠팡 로켓프레시, 마켓컬리 등이 경쟁하고 있지만 아직 압도적 점유율을 가진 업체는 없는 상황"이라며 "이 시장에서 롯데가 경쟁력을 확보해볼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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