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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권 준다더니…끝내 혁신안 외면한 김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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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지도부가 4일 당 혁신위원회의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계 의원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이날은 혁신위가 혁신안 수용 ‘데드라인’으로 정한 날이다. 정치권에선 혁신위가 이번주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촉구하며 조기 해산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전권을 주겠다”는 약속과 달리 혁신위 활동이 ‘보여주기식 행보’에 그치면서 ‘김기현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도부, 혁신위 요구 사실상 거부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혁신위가 해야 할 활동과 공천관리위원회 등에서 해야 할 일은 엄연히 다르다”며 “결정할 수 없는 내용을 결정해 달라고 하는 것은 (혁신위) 역할 범주와 성격을 벗어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권고안을 최고위에서 의결해 달라는 혁신위 요구가 부적절하다는 의미다. 앞서 혁신위는 지도부·중진·친윤 인사들에게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요구하는 ‘희생 혁신안’을 의결한 뒤 지도부에 이날을 답변 시한으로 제시했다.

혁신안은 이날 최고위에 공식 안건으로도 상정되지 않았다. 지도부와 혁신위는 불발 배경을 놓고 서로 책임 공방을 벌였다. 지도부는 “혁신위의 상정 요청이 없었다”고 했고, 오신환 혁신위원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간 지도부는 혁신위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권고안에 한 달 넘게 답을 내놓지 않았다. 개인 거취 문제는 최고위 의결 사안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런 움직임이 여권에 악재가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도부 내에서도 불만 기류가 감지된다. 한 최고위원은 “지도부가 기득권에 머문 채 쇄신과 혁신을 외면하려고 한다는 이미지를 벗어야 하는데 아직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며 “지도부와 혁신위가 갈등, 마찰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러면 최악의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 지도부 인사는 “당이 재창당 수준으로 변해야 한다는 국민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현 책임론 전망도
‘김기현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인요한 혁신위는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당 쇄신 방안을 마련하고자 출범했다. 김기현 대표가 직접 섭외에 나서며 인요한 위원장에게 “전권을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도부의 수용 거부로 혁신위는 사실상 ‘조기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일각에선 마지막 안건으로 ‘비대위 전환’ 촉구 카드를 꺼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지도부가 혁신위를 ‘시간 끌기용’ ‘보여주기용’으로 세웠다는 비판을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혁신위 희생 요구에 취지는 공감하지만 시점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대표의 불출마나 험지 출마 선언은 정치적 승부수인 만큼 시기가 너무 이르다는 설명이다. 한 지도부 인사는 “김 대표도 (희생) 의지는 있는 것으로 아는데 등 떠밀듯이 요구받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며 “대표의 리더십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번주 ‘메가시티’ 정책 관련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5일 경기 구리를 방문하는 데 이어 7일에는 메가시티 추진을 위한 ‘김기현이 간다’ 민생 행보를 재개한다. ‘지도부 책임론’에서 벗어나 국면 전환에 나서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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