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이나 크레인 기사의 작업 속도에 따라 들쑥날쑥 달라지는 항만 효율이 안정될 수 있습니다. 무인(無人)으로 운영되다 보니 사고율도 제로(0)에 가까워지죠.”
지난 1일 방문한 경남 창원시의 부산항 신항 서컨테이너(서컨 2-5단계) 부두. 내년 3월 정식 개장을 앞두고 시범 운영 중인 이곳에선 항만 근로자를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박정재 동원글로벌터미널부산(서컨 부두 운영사) 기획팀장은 “외부 차량에 컨테이너를 내려줄 때 등 일부 작업을 빼고 전부 무인으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서컨 부두는 선박에 실린 컨테이너 하역(또는 선적)에서부터 이동까지 전 과정을 국내 최초로 자동화한 항만이다. 기존 항만에선 컨테이너크레인(CC) 위에 올라탄 기사가 조이스틱을 이용해 ‘테트리스’ 하듯 선박의 컨테이너를 옮겼다. 부두 뒤편에 있는 트랜스퍼크레인(TC)으로 컨테이너를 옮기는 야드트랙터도 사람이 움직였다. 서컨 부두에선 이 과정이 ‘사람 없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바닥에 매립된 위치추적장치의 신호를 받고 움직이는 자동운반 차량(AGV)은 핵심 자동화 설비 중 하나다. 사람이 탑승하는 기존 야드트랙터를 대체해 컨테이너를 운송한다. 배터리 충전이 필요할 때는 로봇 청소기처럼 충전 위치를 알아서 찾아간다.
이처럼 서컨 부두에는 컨테이너 결박 장치(콘)를 조절하는 필수 근로자 등을 제외하고 사람이 배치되지 않기 때문에 인명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이전에는 컨테이너를 싣고 크레인 사이를 돌아다니는 야드트랙터가 사람을 치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과속과 졸음운전이 원인이었다. 크레인 기사마다 제각각이던 작업 속도를 끌어올려 물류 효율도 최대 30%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완전 자동화에 따른 인력 감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박 팀장은 “크레인 기사를 모니터링 인력 등으로 재배치하기 위해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컨 부두는 ‘탄소배출’도 없는 친환경 항만이다. 크레인 등 주요 하역장비가 모두 전기로 움직여 국내 최초로 탄소배출량이 제로(0) 수준이다. 외국산 장비가 없는 것도 서컨 부두의 특징이다. 보통 CC와 TC는 값싼 중국산이 많은데 서컨 부두는 현대삼호중공업, HJ중공업 등 국내 기업이 생산한 장비를 들여왔다. AGV는 현대로템과 네덜란드 업체 VDL이 기술협력을 통해 제조했다.
김호석 BPA 물류정책부장은 “자동화로 전환하는 서컨 부두를 앞세워 부산 신항을 동북아시아 최고의 물류 거점 항만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창원=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