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폭언 논란'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카카오 내부 경영실태를 폭로한 김정호 카카오 경영지원총괄이 "외부 소통을 이제 못한다"며 입을 닫았다.
김 총괄은 4일 경기 성남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열린 6차 공동체 비상경영회의에 참석하기 전 취재진에게 "지난주 폭로에 대한 (창업주인)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의 반응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 활동 개시 시점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했다.
김 총괄은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카카오 법인 골프회원권, 인터넷데이터센터(IDC)·공연장 비리 등 내부 경영 실태를 폭로했다. 지난달 22일 판교 본사에서 업무보고 중 임원들을 상대로 욕설을 했다는 보도로 논란이 되자 SNS를 통해 해명하고 나선 것이다.
카카오는 제기된 의혹에 대해 공동체 준법경영실과 법무법인을 중심으로 조사단을 꾸려서 감사에 착수한 상태다. 김 총괄의 폭언 등에 대해서도 윤리위원회와 외부기관인 법무법인이 단독으로 조사하기로 했다.
현재 김 총괄은 회사 측에 징계를 자진 요청한 상태다. 지난 3일 오후 9시께 김 총괄은 사내 게시글을 통해 "저는 스스로 윤리위에 저에 대한 징계 여부를 요청했다"며 "100대0 원칙 위반"이라고 밝혔다. '100대0'은 카카오 사내 원칙으로 내부에서는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100%) 외부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보안을 유지하자(0%)'는 뜻이다.
김 총괄은 "(징계는)저 스스로 결정한 것으로, 공식 절차에 따라 진행될 것이며 결과에 따르겠다"며 "많은 크루들에게 걱정 끼친 점 사과드린다"고 적었다. 그는 "(욕설 발언 논란)당시에는 저를 적극 방어하기 위해 페이스북에 글도 올리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적극 해명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게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다시 한 번 죄송하다. 하지만 움츠러들거나 위축되지 않고 계속 (쇄신을) 추진해서 발본색원하고 회사를 리뉴얼하겠다"고 강조했다.
카카오 노동조합은 이날 이른 오전부터 인적 쇄신과 직원의 경영쇄신 활동 참여 등을 요구하는 시위에 나섰다.
노조는 판교 카카오아지트에서 '경영 실패 책임지고 인적 쇄신 시행하라', '셀프 쇄신 그만하고 크루 참여 보장하라' 등 요구사항이 적힌 팻말을 들고 첫 시위를 진행했다. 서승욱 노조 지회장은 "요구한 사안에 대해 (회사로부터) 어떤 답변도 오지 않았다"며 "오늘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비상경영회의에서 이 내용이 논의될 수 있도록 피케팅(손팻말 시위)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 지회장은 "노조 활동을 하면서 5년간 한 번도 김범수 (쇄신)위원장을 만난 적이 없다. 이렇게 노사 간에 대화를 안 하는 곳이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회사의 위기가) 이 정도쯤 되면 얘기할 때도 된 것 같다는 생각을 과거부터 하고 있다. 하지만 김범수 위원장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대화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경영 방식을 주도했던 현재 경영진에 대한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카카오는 기존부터 내부 직원들이 회사의 여러 가지 방향성 논의에 참여한 조직 문화가 살아 있는 곳"이라면서 "완전히 새롭고 혁신적인 사례라기보다는 기존에 좋았던 내부 조직 문화를 다시 살리는 방향이 쇄신의 한 방향이 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