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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 두번 받는 꿀팁"…의사들 꼼수에 지방병원 '울상'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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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의사들이 지방 병원과 근로계약을 맺을 때 '퇴직금을 월급에 포함해서 달라'고 요구한 후, 퇴직할 때 말을 바꿔 "퇴직금을 못 받았다"며 병원을 고소하는 일이 부쩍 늘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퇴직 전에 퇴직금을 분할해서 미리 지급하는 약정은 무효라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인력 부족 탓에 의사들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지방 병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공인노무사업계와 고용부 등에 따르면 전북 지방의 일부 병원들은 퇴직한 의사들로부터 연이어 수 억원 대 '임금 체불' 진정을 당해 비상이 걸렸다. 퇴직금은 물론 각종 수당도 추가로 지급해 달라고 주장한 데다 법정 이자까지 붙으면서 '체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단순 임금체불 사건 같지만, 속사정이 있다.

당초 근로계약 체결 시 병원 측이 의사의 요구로 '월급에 퇴직금을 포함시킨다'는 '특별 약정'을 맺었기 때문이다. 퇴직금을 나눠서 '특별 수당' 조로 월 급여에 포함시키는 내용이다.

지방의 한 의료원 관계자는 "지방병원 의사들의 퇴직금 분할 지급은 오랜 관행"이라며 "의사들이 퇴직금을 떼이는 경우를 방지하려 먼저 퇴직금 분할 지급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의사들이 말을 바꿔 "퇴직금 분할 지급 약정이 무효"라며 퇴직금을 또 달라고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이는 대법원이 퇴직금 분할 약정을 무효로 보고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양 당사자가 합의해 퇴직금을 분할지급해도 퇴직금으로서 효력이 없다. '퇴직금 분할 지급에 대해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조항까지 넣어도 소용이 없는 이유다.

문제는 의사 측이 고소를 하면서 퇴직금만 한 번 더 지급하라는 데 그치지 않고 "연장, 야간, 휴일근로수당 등 각종 수당도 다시 계산해 추가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점이다.

병원 측은 그간 퇴직금 조로 지급된 '특별 수당'을 뺀 월급을 기준으로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을 계산해 왔다. 이에 의사 측은 '특별 수당'도 임금이므로 이를 합친 월급을 기준으로 각종 수당을 다시 계산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두번째 받는 퇴직금도 더욱 커진다. 특별 수당이 퇴직금 계산의 바탕이 되는 평균임금에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일부 병원은 수억 원의 추가 손해를 입기도 한다. 한 병원 관계자는 "영세 지방 병원에는 치명적 타격"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병원은 이미 과거 비슷한 사례를 겪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하지만 또다시 의사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인력난' 때문이다. 의사가 워낙 귀하다 보니 다소 무리한 부탁도 들어줄 수밖에 없다.

고용노동청의 일관된 '체불 처리'도 일부 의사들이 상황을 악용하는 데 이바지 한다.

법적으로는 분할 지급된 퇴직금이 무효이므로 근로자에겐 '부당이득'이 된다. 즉 의사는 미리 받은 퇴직금은 사업주에게 반환해야 한다. 사업주는 민사 소송 등으로 받아낼 수 있다.

하지만 현장 근로감독관들은 민사상 문제까지 고려해주기 어렵다 보니, 병원 측을 일단은 '임금체불'로 처리한다. 결국 형사 처벌을 피하기 위해 의사와 울며 겨자 먹기로 합의하는 병원도 적지 않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최근 법원에서는 분할지급한 퇴직금과 지급해야 하는 임금을 상계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놓기도 했다"며 "고용청도 무작정 임금체불로 처리하기 보다는 퇴직금 분할지급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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