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수준의 인공지능(AI) 등장 시기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위험도 과장됐습니다.”
‘AI 4대 구루’로 꼽히는 얀 르쿤 메타 부사장 겸 수석 AI 과학자(사진)는 30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메타 AI 연구소 ‘페어’의 설립 10주년 기념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언젠가 인간보다 더 똑똑한 AI가 나오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면서도 “3~5년 후에 인간을 뛰어넘는 AI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은 틀렸으며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르쿤 부사장의 발언은 “인간의 지능에 필적하는 AI가 5년 안에 등장할 것”이란 지난달 29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같은 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범용인공지능(AGI)에 도달할 수 있는 시점을 3년 이내로 예측했다.
르쿤 부사장은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요수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교수와 함께 AI 부문의 4명의 대가로 잘 알려져 있다. 힌턴과 벤지오 교수는 AI가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고 보는 ‘두머(doomer)’이고, 르쿤과 응 교수는 AI 개발론자인 ‘부머(boomer)’로 분류된다.
르쿤 부사장은 “AI 기술이 아직 인간에 한참 못 미치기 때문에 현재 논란인 AI에 대한 위험은 과장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그는 “AI가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고 체스와 바둑도 인간보다 잘 두지만, 아직도 레벨5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차가 없다”고 말했다. 르쿤 부사장은 그러면서 “1920년대 항공기가 등장했을 때 추락 우려로 개발을 중단했다면 인류는 아직도 태평양과 대서양을 건너지 못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르쿤 부사장은 10년째 메타 AI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공개 연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면 가지 않는다”며 “AI 기술이 일부 기업의 통제하에 들어가는 것은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메타는 직접 개발한 대규모언어모델(LLM) ‘라마’를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로 제공하고 있다.
등장한 지 1주년을 맞은 생성형 AI 챗GPT에 대해선 “이미 큰 기업들이 LLM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놀랍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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