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서울 상업·업무용 빌딩 거래액이 전월 대비 80% 가까이 급증하며 15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송파구에서 몸값이 8500억원에 달하는 대형 빌딩이 팔린 게 반영된 결과다. 다만 거래량이 뒷걸음질 치는 등 고금리와 경기 침체 여파로 빌딩 매매시장이 여전히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상업용부동산 전문기업 부동산플래닛과 알스퀘어에 따르면 10월 서울의 상업·업무용 빌딩 거래 금액은 1조6879억원으로 집계됐다. 9월(9508억원)보다 77.5% 늘어나며 작년 7월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을 기록했다.
서울 거래액이 급증한 건 송파구 신천동에 있는 ‘삼성SDS타워’ 거래가 성사됐기 때문이다. 이 빌딩은 연면적 9만9536㎡에 이르는 프라임 오피스다. 매매가는 8500억원으로 올해 들어 최고가 거래로 기록됐다. 성동구 성수동2가 ‘무신사 성수’도 1115억원에 팔리며 10월 거래액 증가에 힘을 보탰다.
다만 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무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의 10월 상업·업무용 빌딩 거래량은 111건으로 9월(126건) 대비 12% 줄었다. 2월(92건) 후 가장 적은 거래량이다. 전국 상업·업무용 빌딩 거래량은 9월 1064건에서 10월 1082건으로 1.7% 늘었다. 하지만 3월부터 8개월째 1000건대에서 소폭 등락을 반복하며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역별로 10월 전국에서 상업·업무용 빌딩 거래가 가장 많았던 곳은 경기(263건)였고 서울(111건) 경북(103건) 전남(78건) 등이 뒤를 이었다. 거래 금액은 서울(1조6879억원) 경기(4594억원) 부산(1343억원) 대구(937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딩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는 점도 눈에 띈다.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10월 전국에서 거래된 상업·업무용 빌딩의 92.6%(1002건)가 50억원 미만 물건이었다. 10월 한 달간 10억원 미만 빌딩 거래는 전월 대비 7.8% 늘었으나 10억원 이상 50억원 미만 거래는 5.1% 감소했다. 5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 빌딩 거래량은 24.6% 줄어드는 등 비쌀수록 거래량 낙폭이 커지는 모습을 보였다.
고금리 때문에 이자 부담이 커져 비싼 빌딩 거래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수민 부동산플래닛 대표는 “금리 인하 가능성의 ‘키’가 내년으로 넘어간 만큼 당분간 시장 상황이 반전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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