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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공룡과 경쟁한 왓챠, 혹한기 이겨낸 비결은?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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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대기업으로 성장한 스타트업은 종종 나온다. 사람들은 이런 기업의 창업자에 대해 성공 신화를 썼다며 찬양한다. 국내에서는 네이버, 넥슨, 두나무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새로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과감하게 도전한 기업들이다. 상당수가 비슷한 규모의 작은 기업과 다투며 성장했다. 처음부터 대기업과 경쟁한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스타트업 왓챠의 도전은 남다르다. 넷플릭스, 디즈니, 애플 등 글로벌 기업과 SK텔레콤, CJ,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대기업이 왓챠의 경쟁자다. 그것도 OTT는 최근 가장 경쟁이 치열한 산업이다. 국내외 대기업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박태훈 왓챠 대표를 한경 긱스(Geeks)가 만났다.



박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 업계의 대표적인 창업자로 꼽힌다. 왓챠는 12년의 업력에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국내에 스타트업이라는 용어보다는 벤처라는 단어가 익숙했던 2011년에 왓챠를 창업했다. 서울과학고를 졸업하고 KAIST 전산학과에 입학한 박 대표는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창업을 생각했다고 한다. 넥슨에서 병역 특례로 게임을 개발한 경험도 있다. 처음에는 다양한 소셜커머스 정보를 보여주는 서비스를 내놨다. 하지만 영업이나 마케팅 업무에서 한계를 느끼고 해당 서비스를 접었다. 정보기술(IT) 기반 개인화 서비스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2012년 영화 평가 서비스인 왓챠(현재 왓챠피디아)를 출시했다. 왓챠피디아의 누적 별점은 올 8월 7억 개를 넘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콘텐츠 평가 데이터다. 왓챠피디아는 이런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영화 추천과 예상 평점이 정확하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왓챠는 왓챠피디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2016년 OTT 왓챠플레이(현재 왓챠)를 출시했다.

Q. 왓챠플레이(현 왓챠)는 2016년에 나왔습니다.
A. 2016년 1월에 넷플릭스와 동시에 나왔습니다. 넷플릭스는 한국만 출시한 것이 아니라 18개국 동시에 나왔죠. 저희는 한국 기반이었고요.

Q. 그때 국내에 OTT가 있었나요?
A. OTT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전에 티빙이 있기는 했고요. 그때는 CJ헬로비전의 사업부에 있었습니다. 당시 티빙은 자사 방송의 다시 보기 서비스에 가까웠습니다. 웨이브도 이전에 푹이라는 서비스가 있었습니다. 이것도 지상파 방송의 다시보기 서비스였죠. OTT 정의에 따라 다르겠지만 당시 그 회사들이 자신을 OTT라고 소개하지는 않았습니다.

Q. 그때는 IPTV 가입자가 많이 증가한 시기였습니다. OTT인 왓챠를 어떤 생각으로 개발하고 출시했나요?
A. 저희 비전 자체가 '이제 모든 걸 개인화하자'입니다. 먼저 영화 추천 서비스(왓챠피디아)를 시작했습니다. 개인화된 영화 추천 서비스로 시작하면서 저희가 생각했던 여러 가지 비즈니스 모델이 있었어요. 그중의 하나가 VOD였습니다. 당시에는 OTT라는 용어는 없었죠. 2015년 투자 유치를 하면서 투자자들이 'VOD 서비스 나중에 할 거라고 했는데 언제 할 거냐'고 물어봤죠. 그런데 그건 시작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듭니다. 그때 왓챠피디아 이용자가 140만명 정도였어요. 300만~400만명 되면 그 때 VOD 서비스를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투자자들이 우리가 투자를 해주겠다고 했어요. 좀 알아봤어요. 영화 CP들이 계약을 해준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충분히 해볼 만한 시장 상황이라고 판단했습니다. 2015년 초 가을에 개발을 시작해서 다섯 달 만에 왓챠를 개발했습니다. 왓챠를 시작할 때 디즈니, 소니, CJ, 롯데를 포함해서 메이저 CP사들도 다 기꺼이 계약을 해줬습니다. 이 정도면 시작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Q. 지금 OTT 시장이 엄청나게 커졌습니다. 왓챠 개발할 때도 시장이 이정도로 커질지 예상했나요?
A. 당연히 예상은 했습니다. 그런데 그 시점이 이렇게 빠르게 올지는 예상하지 못했죠. 2015년에 이 시장은 결국 커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저희는 타이밍적으로 지금 시작하면 되겠다고 판단해서 시작을 했죠. 하지만 이렇게 빠르게 시장이 커질지는 생각을 못 하긴 했습니다.

Q. 일부 VOD 서비스가 있었지만 왓챠가 국내 첫 OTT라고 볼 수 있네요.
A. 티빙이 CJ ENM 자회사로 편입이 되면서 OTT로 시작을 했습니다. 푹과 SK텔레콤의 옥수수라는 VOD 서비스가 있었는데 합병하면서 웨이브로 출범했고요.

Q. 2016년이면 넷플릭스 가입자가 많지 않았습니다. 왓챠는 OTT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잘 될 것이라고 봤나요?
A. 지금도 저는 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포지셔닝 자체가 다른 서비스와 아예 다르기 때문이죠. 당시 완전 초기에 제 기억에는, 국내 다른 OTT가 생기기 전에 많은 전문가들이 넷플릭스에 대해 '찻 잔의 태풍일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한국 시장은 다르다, 이런 이야기가 많았죠. 절대 한국 시장에서 해외 OTT가 잘 될 수 없다. 이런 기사들이 많이 나왔어요. 그런데 저는 생각이 좀 달랐어요. 넷플릭스랑 비슷한 시기에 출시했고 같이 시장을 키워나가기에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다행히 비슷한 시기에 시작해서 저희가 자리를 더 빨리 잡을 수 있지 않았나 생각도 하고요. 저희가 2012년부터 왓챠피디아를 운영을 해왔어요. 국내에서 영화를 가장 좋아하는 분들이 저희 서비스에 대한 충성도가 상당히 높았어요. 이런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덕분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Q. OTT 초창기 시장을 보면 모바일 메신저 시장과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는 스타트업 카카오가 카카오톡으로 국내 대기업과 경쟁에서 이겼고 대기업이 됐습니다.
A. 카톡이 비즈니스 모델 상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기에 더 수월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OTT는 기본적으로 B2B2C 서비스잖아요. 저희 콘텐츠를 공급자인 CP한테 받아서 서비스를 해야 합니다. 카톡 같은 경우에는 다른 곳에서 뭔가 공급 받아서 하는 것이 아니죠. 이용자들의 네트워크 효과만 잘 형성하고 그걸로 모든 사람이 쓸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면 되는 겁니다. 그런 차이가 기본적으로 있고요. OTT 산업에는 대형 CP들이 세계적으로 있고요. 한국에도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저희가 아주 혁신적인 모델을 만든다고 해도 CP들의 동의를 다 받아야 합니다. 카톡은 모두가 쓰고 있는 문자 메시지를 대체하는 거였고요. 무료로 대체하는 거였죠. 반면 한국 시장에서 너무 오랫동안 영화 콘텐츠를 유료로 보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에서는 코드 커팅이라고 말하는 것이 이제 너무 쉽게 이어졌죠. 미국에서는 굉장히 비싼 돈을 내고 케이블TV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싼 가격으로 인터넷만 연결해 대체하는 이런 시장에서 훨씬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고요. 한국에서는 기존의 VOD 플랫폼도 무료 VOD를 계속 끊임없이 제공하다 보니 유료화하는 과정이 그렇게 빠를 수는 없었다고 생각해요. 지금 시장 1위 사업자인 넷플릭스도 카톡처럼 전 국민이 쓰는 정도까지는 못 갔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쓰기는 하지만요. 기본적으로 유료 서비스와 무료 서비스는 성장에 속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Q. 국내에서 스타트업이 국내외 대기업과 경쟁한 사례를 찾기 어렵습니다. 카카오가 성공했고요. 지금은 토스의 비바리퍼블리카 정도가 대기업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왓챠는 해외 빅테크 기업과 상대해 고군분투하고 있죠
A.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그런 경우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저희 경쟁사 중에 가장 작은 회사가 LG 유플러스입니다.

Q. 해외에는 OTT 스타트업이 없나요?
A. 라쿠텐에 인수된 비키라는 업체가 있었습니다. 현재 독립적인 OTT업체로 남은 스타트업은 세계에서 저희 말고는 없는 것 같습니다. 비키가 라쿠텐에 인수된 지 꽤 됐습니다. 해외 할리우드 스튜디오 CP들을 만나면 저희를 많이 신기해합니다. 방송사, 통신사,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만들지 않은 OTT 서비스는 왓챠와 넷플릭스밖에 없죠. 유럽에 예술영화만 다루는 'MUBI'라는 업체가 있긴 합니다.

Q. 2016년 왓챠를 구상했을 때 통신사, 방송사, 영화 제작사 등 CP들도 OTT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예상했을 것 같습니다. 전략이 있었나요?
A. 저희 강점은 콘텐츠 추천 엔진입니다. 그 가치를 알아주는 몇백만명의 이용자가 있었습니다.140만 명일 때 그걸 알아봤지만 왓챠를 촐시할 때는 왓챠피디아 이용자가 210만 명 정도 됐습니다. 지금은 1300만 명 정도 됩니다. 당시 넷플릭스가 어떻게 성공했는지 봤습니다. 넷플릭스는 2000년대 초반에 만들어진 회사입니다. 2002년에 상장을 했는데 그때는 DVD를 온라인으로 대여하는 그런 식으로 했고요. 2008년 정도에 VOD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2016년에 글로벌 출시를 한 거죠. 넷플릭스는 2014년에 '하우스 오브 카드',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등 오리지널 시리즈를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어요. 2013년까지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없었다는 얘기잖아요. 이전에 어떻게 성장했는지 봤습니다. 구작 콘텐츠 영화나 드라마를 잘 소싱해서 그것을 재미있게 볼 만한 사람한테 잘 추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사람들이 그걸 재미있게 보면 구독을 유지하는 것을 발견한거죠. 2013년에 오리지널 콘텐츠가 없었을 때 이미 4700만 명 이용자를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그 시장이 사실 그렇게 작은 시장이 아니었어요. 니즈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어렸을 때 1990년대 초중반에 한국의 비디오 시장이 조단위 시장이었어요. 여기가 대부분 구작 시장이잖아요. 그러니까 구작 수요는 예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고 미래도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구작을 잘 유통하기 위해서는 추천 엔진을 잘 갖추는 게 중요합니다. OTT 서비스도 보면 이용자가 처음에 들어왔을 때 첫 화면에 보이는 수십 개 영화나 다른 것 100개 정도 찾다가 결국 안 보고 유튜브를 찾는 이용자도 꽤 있잖아요. 이용자가 정말 재미있게 볼 만한 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작과 화제성 위주의 OTT의 포지션이라면 그냥 '오징어게임' 같은 걸 계속 잘 만들어내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이런 전략이면 롱테일이 어떻게 되든 신경도 안 쓰는 것이 당연합니다. 저희는 아예 다른 접근이었던 거죠. 그래서 어떤 이용자가 들어오든 그 사람이 재미있게 볼만한 콘텐츠를 제안하는 겁니다. 왓챠의 12만 개의 콘텐츠 중에서 이용자에게 노출해 시청까지 이어지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희는 그것에 대해서 가장 자신이 있었습니다. 왓챠피디아를 통해 몇 년 동안 고도화했던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왓챠플레이를 5개월 만에 개발해서 내놓을 수 있었죠. 그런 방식으로 이용자 시청으로 이어지는 롱테일 전략에 필요한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이런 점이 왓챠의 가장 큰 강점입니다. 이건 놓치지 않고 가져가려고 합니다.

Q. 그럼에도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했습니다.
A. 2016년에 왓챠를 출시하고 매년 매출이 거의 2배씩 뛰고 있었습니다. 연 매출이 한 400억원 안팎일 때 고민이 생겼죠. 그때는 상장 준비를 하던 시기였습니다. 수익성도 계속 개선되고 있는 그런 상황이었어요. 그때 추가로 투자금을 유치했습니다. 자본 시장이 회사에 원하는 건 수익성보다는 빠른 매출 성장이었죠. 당시에 매출 성장이 다들 정답이라고 생각하던 시기였습니다. 저희도 동의했습니다. 당시 한국이든 미국이든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그때 투자받은 걸로 신사업과 일본 시장 진출을 공격적으로 했습니다. 일본에서 공식 서비스를 출시하고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도 개발했죠.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로는 돈을 벌기 힘들죠. 스트리밍 서비스를 얻은 영향력으로 음원 유통이라든지 다양한 음악 사업을 하려고 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룰과 같은 거였죠. 스포티파이가 1억 명 넘게 가입자를 모았어도 아직 적자인 이유입니다. 음악 쪽 신사업도 하고 웹툰 쪽 신사업도 하고요. 그러면서 '우리도 오리지널도 만들어서 더 빠른 성장을 하자' 이런 계획이 생겼죠. 원래 이건 저희 전략이 아니었지만 시장의 룰이 그렇다면 우리가 거기에 또 충실하게 해야 되니까요. 그때는 그런 결정을 해서 굉장히 빠르고 공격적을 회사를 운영하면서 매출 성장을 도모했었죠. 그때가 마침 2019~2020년에 자본 시장이 호황이어서 자금 조달이 쉬운 상황이었습니다. 넷플릭스가 'FAANG'으로 불리며 미국 테크 대장주로 꼽히기도 했죠. 디즈니플러스도 나오고 쿠팡플레이도 나오고 하면서 시장의 경쟁도 굉장히 세지고 CP들이 계속 가격을 올리고 하는 과정이기도 했어요. 그때 수익성이나 손익을 신경 쓰지 않고 매출 성장만 바라보면서 모두가 달리던 그런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그때 저희는 '우리는 그러지 않고 그냥 계속 수익성을 추구하면서 좀 더 천천히 가겠습니다'라고 말하면 투자자나 자본시장의 반발을 살 수 있는 상황이었죠. 시장의 룰을 따라서 공격적으로 대응하면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기간이 그렇게 길지는 않았습니다.

Q. 첫 오리지널 콘텐츠가 '시맨틱 에러'였습니다.
A. 드라마로서는 처음이었고요. 그전에 예능도 있기는 했습니다. 완전 초기에 했던 것 중에는 약간 콜라보처럼 만든 '좋좋소'가 있었죠. 저희 IP이기도 하고요. 시즌 1~3은 빠니보틀과 이과장이 만드는 것을 100% 존중했고요. 저희는 제작비만 냈습니다. 좋좋소 시즌 1이 끝나고 나서 제가 이과장과 빠니보틀을 만났어요. 근데 더 이상 안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돈이 없다고요. 그래서 우리가 돈을 다 낼 테니까 시즌 2~3을 만들자고 했죠. 저희 IP가 된 겁니다. 시즌 4는 빠니보틀과 같이 못 하게 됐습니다. 빠니보틀이 코로나19가 좀 풀려서 자기 본업(여행 유투버)으로 돌아가야 된다고요. 시즌 5를 두고 빠니보틀에게 '빠니보틀 없이 해되 되겠냐'고 물었더니 '제발 그렇게 해달라'라고 하더라고요. 콘텐츠가 끊어지면 너무 아쉽다면서요. 오히려 더 해주시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서 좋좋소의 스핀오프 오리지널 작품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내년 2월에 공개 예정입니다. 이번에는 좋좋소의 이미나 대리가 주인공입니다. 제목은 '미나씨 또 프사 바뀌었네요'입니다. 이미나 대리의 연애사를 담은 스토리입니다. 젊은 여성 감독이 연출했습니다. 좋좋소의 작가와 프로듀서가 참여하고요.



Q. 해외에서 독점 수입한 영화나 드라마도 꽤 인기가 있었습니다.
A. 독점 콘텐츠를 저희가 수급해서 공개하는 것은 이전부터 해왔습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플랫폼이라서 칸이나 베를린 등 해외 마켓에서 좋은 영화를 수입하는 업무도 시작했죠. 제가 마켓에 가서 많은 영화 수입사나 배급사, 유통사와 교류도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어요. 영화 관계자들이 보고 너무 좋다고 하는데 수입을 하지 않은 영화를 노렸죠. 물론 저희 팀이 마켓에서 열심히 스크리닝하고 미팅하면서 영화를 검토하고 구매했습니다. 관련 데이터를 많이 고려했습니다. 시장에서 수익이 안 난다고 판단했던 그런 전문가들은 그동안 경험과 감으로 영화 구입의 의사결정을 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그러면 어떤 개인의 취향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저 희는 플랫폼(왓챠피디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큐레이터 한 명의 취향이 드러나는 것보다는 그 플랫폼의 데이터를 잘 고려해서 소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저희는 기존 수입사나 배급사들이 그런 편견 때문에 안 하던 것들을 데이터를 보고 소싱한 것이 여러 개 있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킬링 이브'라는 드라마입니다. 영국 드라마죠. 시즌2가 현지에서 방영하고 있는데 시즌1도 아직 국내에 팔리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시즌 1~2를 독점 계약했어요. 왜 안 팔렸냐고 제가 알아보니 한국의 많은 콘텐츠 회사들이 여자 배우 2명이 주연이면 절대 손해가 난다고 설명했습니다. '아무리 재미있어 보여도 사면 무조건 손해다.'라고 얘기했죠. 근데 관련 데이터를 보니까 이 드라마는 무조건 가져와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굉장히 좋은 조건으로 수입했는데 굉장히 큰 호응을 얻었죠. 영국에서 결국 가장 많이 본 드라마 1위가 되기도 했거든요. 드라마 '체르노빌'도 경쟁이 있었어요. 당시 가장 큰 콘텐츠 회사와 경쟁했습니다. 저희는 데이터를 보니깐 이건 역대급 드라마가 될 것 같았어요. 일반적으로 해외 드라마를 한국에서 제안할 때는 가격이 대충 정해져 있습니다. 해외 드라마로 한국에서는 큰 돈을 번 적이 별로 없었죠. 저희는 데이터를 믿고 훨씬 더 높은 가격을 제안했어요. 업계에서 놀랐죠. '아니 어디 어디랑 경쟁했는데 왓챠가 가져갔다'고요. '왓챠가 돈이 그렇게 많아 미쳤나' 했는데 다들 성과를 보니까 '아 진짜 잘 샀다'도 평가받았어요.

Q. 참고한 데이터는 먼저 본 사람이 왓챠피디아에 올린 평인가요?
A. 현지에서 먼저 본 분들이 있습니다. 초기에 보고 왓챠피디아를 열심히 사용하시는 분들이죠. 왓챠피디아를 영화나 드라마 애호가들이 많이 쓰기 때문에 어디선가 한 번이라도 공개된 콘텐츠에 대한 데이터는 왓챠피디아에 쌓입니다. 왓챠피디아는 영어, 일본어로도 사용이 가능하고 어디서든 사용이 가능해요.

Q. 다른 OTT도 그런 식으로 데이터 활용할 것 같습니다.
A. 넷플릭스도 그렇게 했을 것 같아요. 넷플릭스에서 근무한 분과 미팅을 했는데 데이터 바탕으로 소싱을 하면서 좋은 성과를 냈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넷플릭스가 예전에는 구작 위주로 서비스를 운영하다가 콘텐츠 전략을 아예 바꿨습니다. 넷플릭스가 처음에 DVD를 대여해주는 사업을 했습니다. 실물 DVD를 우편으로 보내고 우편으로 받는 거죠. 그때는 추천 서비스를 잘 만드는 것이 엄청나게 중요했습니다. 왜냐하면 신작이 나오면 신작에 다 몰리잖아요. 그럼 DVD를 그만큼 구워야 해요. 그런데 구작 소비를 많이 하면 준비할 신작이 줄어들죠. 제가 어렸을 때 비디오 대여점 가면 신작이 20개씩 있어요. 몇 달 지나면 어디 팔았는지 3~5개로 줄어들어요. 최대한 구작으로 수요를 분산시켜야 DVD 대여 서비스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겁니다. 최대한 추천을 많이 해줘서 롱테일로 많이 보게 하자는 것이 중요했죠. 넷플릭스는 그걸로 4700만 명 이용자를 모았어요. 그런데 4700만 명 중 90% 정도가 미국 소비자였어요. 미국 시장의 특수성입니다만 미국에서는 미국 콘텐츠 위주로 소비합니다. 미국 할리우드에 메이저 스튜디오가 몇 군데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돈을 잘 버니깐 콘텐츠 사용료를 더 내라고 했죠. 1년에 매출이 몇 조가 나와도 몇 천억을 CP에 지불하면서 넷플릭스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이건 할리우드 스튜디오 배만 불려주는 구조라는 거죠. 그래서 '우리가 미국 콘텐츠 만들어 전 세계에서 팔자' 이렇게 된 겁니다. 글로벌 시장에 출시하고 오리지널 제작 조직을 세팅을 한 게 2014년 정도입니다. 그때 넷플릭스가 승부수를 잘 던졌어요. 시가총액이 40조 정도 될 때 미국 은행에서 10조 정도 대출해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했습니다. 글로벌 출시를 100개국에 하고요. 미국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관련 매출이 떨어졌죠. 그래서 직접 OTT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넷플릭스가 지금은 글로벌 콘텐츠 제작 1위 업체입니다. 이런 변화가 있었던 거죠. 넷플릭스가 원래 구작까지 많은 콘텐츠를 갖추고 거기서 추천하고 어떤 취향을 가진 사람이 들어오도록 추천을 잘해 주는 거였는데 아예 바꿨습니다. 다른 스튜디오와 경쟁하면서 콘텐츠 수는 확 줄었어요. 오리지널과 화제성 위주로 또 다른 온라인 방송사가 되는 길을 택한 거예요. 이전에 넷플릭스에도 영상별로 별점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어요.

Q. 왓챠 콘텐츠 수가 넷플릭스보다 많나요?
A. 지금 넷플릭스보다 영화는 15배 많습니다.

Q.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때도 데이터를 활용했나요?
A. 가설을 세우고 테스트해 보고 데이터 기반으로 하는 걸 좋아합니다. 어떤 데이터가 있었냐면 '체리마호'라는 일본 BL 드라마가 있습니다. '30살까지 동정이면 마법사가 될 수 있대'라고 알려진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독점으로 가져왔는데 너무 반응이 뜨거운 거예요. BL이라는 장르가 웹툰, 웹소설에서 굉장히 큰 인기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요. 비슷한 장르의 와이낫미디어가 제작한 '새빛남고 학생회'도 반응이 좋았어요. 독점 수급으로 두 건의 데이터가 너무 휼룡했죠. 그때 '시멘틱 에러'가 BL 장르라서 아무도 사가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제작사에서 왓챠가 꼭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했죠. 열심히 검토를 했습니다. 초대박이 났습니다. 관련 데이터가 쌓여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하지 못한 것을 했죠. 거의 미아가 될 뻔한 콘텐츠를 저희가 확보할 수 있었어요.

Q. 2021년 2월 왓챠가 '왓챠2.0' 계획을 발표하기 직전 상황이 궁금합니다. (왓챠는 '왓챠2.0' 계획으로 웹툰, 음악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A. 신사업으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개발하고 음악 유통 회사와 계약했고요. 개발자도 몇 배로 늘어난 상황이었습니다.

Q. '왓챠2.0'을 계획할 때의 사업에서 가설이 무엇이었나요?
A. 기본적으로 OTT는 집중해서 봐야 하는 서비스입니다. 잠깐 버스를 기다리면서 드라마나 영화 보는 건 좀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래서 가볍고 라이트한 콘텐츠인 웹툰과 음악 감상을 추가하려고 했습니다. 하루 종일 왓챠를 쓰는 시간이 훨씬 늘어나겠죠. 일본을 보면 압도적인 톱2가 넷플릭스와 유넥스트라는 서비스입니다. 거기가 딱 그 모델입니다. OTT, 웹툰, 음악까지 아주 잘하고 있어요.

Q. 다른 OTT 서비스도 비슷한 고민을 했을 겁니다.
A. 저희는 IT 스타트업이고요. 다른 OTT는 방송사나 통신사 자회사입니다. 이들이 웹툰 사업, 음악 사업을 한다고 하면 내부에서 반대가 컸을 것 같아요. 거기는 다시 보기 서비스를 확장하는 것이 OTT라고 생각할 겁니다. 왓챠처럼 OTT로 뭔가를 혁신해서 새로운 걸을 하겠다라는 고민을 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Q. 그런데 왓퍄2.0 구상이 잘 안 된거죠?
A. 2.0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그 계획은 접었습니다. 왜냐하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자체가 지속적인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흑자 전환이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했어요. 일단 2.0 모델은 중단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과제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죠.



Q. 왓챠2.0 추진이 어려웠던 주요 요인이 무엇입니까?
A. 자본 시장 환경에 큰 변화가 있었죠.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2023년 말까지는 절대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는다고 했어요. 그런데 본인이 말한 시점보다 거의 1년 반 이상 빠르게 금리 인상을 했죠. 넷플릭스 주가가 최고점 대비 70~80%가 떨어졌어요. 저희가 2021년에 상장을 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보다 내년이 더 좋지 않겠냐'가 많은 주주들의 의견이었거든요. 저희 주관사도 그런 의견을 줬고요. 시장이 좋고 매출을 조금이라도 더 올려서 상장하는 것이 더 좋지 않냐고요. 2022년 초에 저희가 프리IPO 라운드로 추진하면서 조달 가능하다고 생각한 자금이 3000억원 정도였어요. 한국 OTT 중에서 가장 자본이 많은 상태에서 뭔가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시점 직전에 자본 시장이 무너지고 IPO를 코 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 대장주라고 할 수 있는 넷플릭스 주가가 5분의 1토막 났죠. 그러면서 이전에 3년 넘게 빠른 매출 성장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던 투자자들이 지금은 수익을 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쪽 방향으로 시속 300km로 달리고 있다가 이제 다른 쪽으로 가야 했어요. 열차를 멈출 수 없고요. 약간 바퀴가 이탈하고 어디가 부러지더라도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된 거죠. 그것이 2022년 상반기의 일입니다.

Q. 처음 계획대로 상장했다면 상황이 달랐을까요?
A. 상장사들도 수익성에 대한 압박을 받았기 때문에 전략은 좀 바뀌었을 것 같긴 합니다만. 자금적으로 지금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그 상황을 겪느냐 아니면 그래도 충분한 자본을 가진 상황에서 이런 상황을 겪느냐의 차이는 크긴 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는 냈더라도 굉장히 큰 검토를 다시 했을 것 같고요. 왜냐하면 지속적인 적자라서요. 음악 유통 자회사도 있었고 결국 매각했지만요. 홍대 근처에 왓챠홀이라는 음악 공연장도 있었습니다. 음악 관련 사업을 준비했지만 다시 검토했을 것 같습니다. 검토 결과가 어땠을지는 알 수 없겠지만 K팝 관련해서 해외 사업을 뭔가 준비했을 수도 있고요. 왜냐하면 왓챠피디아가 글로벌로 출시됐기 때문에 다시 검토하면 어떤 답이 나왔을지는 모르겠어요.

Q. 그런 상황에서 왓챠 다른 OTT 회사와 비교하면 어떤 차이가 있나요?
A. 저희는 통신사나 방송사처럼 특정 모회사가 없어요. 모회사가 있으면 어떻게든 자본 조달을 할 수 있었겠죠. 저희는 그냥 퍼블릭 시장에서, 자본 시장의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고요. 유일한 선택지가 그것밖에 없었죠.

Q. 그럼에도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A. 기본적으로 저희는 롱테일 소비가 굉장히 두껍습니다. 여전히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충성도 있게 왓챠와 왓챠피디아를 잘 써주시고 있습니다. 왓챠 OTT 구독자들이 가장 많이 시청하는 건 영화입니다. 다른 플랫폼에서는 영화의 비중이 높지는 않거든요. 사실 웨이브와 티빙은 자사 방송을 더 많이 보여주고 싶기도 할 것이고요. 넷플릭스도 영화 개수가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저희는 압도적으로 영화 비중이 제일 높은 플랫폼입니다. 그렇다 보니 충성 이용자가 굉장히 많이 여전히 써주시고요. 롱테일 전략이 잘 먹히고 있습니다. 가장 성과가 좋은 시기에도 오리지널 콘텐츠 효과가 아주 크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롱테일로 이룬 성과가 80~90% 이상이었기 때문에 사실 저희 전력이 크게 변하지는 않았어요. 물론 충성도가 굉장히 높고 영화를 좋아하는 그런 분들이 있기 때문에 저희가 버틸 수 있었습니다. 왓챠의 롱테일 전략은 유니크한 특징이 됐어요. 이런 플랫폼이 없기 때문에 CP사들 입장에서도 저희가 중요한 파트너입니다. 왜냐하면 누군가가 영화를 안 사주면 관련 매출이 나오지 않아요. 왓챠는 구작도 계속 매출을 올려주는 플랫폼입니다. '왓챠가 절대 망하면 안 된다' 이런 얘기도 많이 해 주시고요. 그래서 CP들이 '어떻게 도와줄까, 이렇게 가격을 조정해 줄까' 그런 말씀도 해주세요. 이용자분들이 탄탄하게 잘 지켜주시는 것이 있고 저희 파트너인 CP사들도 배려도 많이 해 주고 해서 잘 이겨내는 중인 것 같습니다.

Q. 롱테일 전략이 여전히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이용자 수 변화가 많지 않다는 뜻인가요?
A. 이용자 수가 조금 줄기는 했습니다. 마케팅 비용을 굉장히 파격적으로 많이 줄였습니다. 신규 이용자가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이용하는 규모가 탄탄합니다. 지금 잘 버틴다면 이제 새로운 뭔가를 시도할 수 있을 겁니다. 롱테일 효과가 여전히 좋고 그것 덕분에 잘 버티고 성장도 하고 계속 사업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Q. 롱테일 전략의 바탕인 콘텐츠 추천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요?
A. 롱테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추천 엔진이 좋아야 하고 이를 위해선 데이터가 매우 중요합니다. 왓챠에서 이용자 시청 70% 이상이 추천에서 발생합니다. 왓챠피디아에 쌓이는 데이터 자체가 그 사람의 취향을 잘 말해줍니다. 많은 사람들이 콘텐츠 보고 나서 왓챠피디아에 별점 평가를 열심히 합니다. 대충 별점을 주지 않아요. 그냥 5점을 주면은 추천이 망가진다는 것을 이용자가 아주 잘 알기 때문에 정확하게 하려고 열심히 노력하거든요. 이용자들이 그렇게 하다 보니 정말 정확한 데이터가 쌓이고 추천이 정확할 수밖에 없습니다.

Q. 최근 투자 유치 추진과 회사 매각 소식이 나왔습니다.
A. 내부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모든 걸 열어 놓고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 모든 옵션을 다 검토를 했죠. 100% 매각 이런 것이 아니라 투자를 통해 더 많이 성장시키려는 스토리를 가지고 저희 주주들을 설득하는 곳과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희 데이터가 귀중한 걸 알기 때문에 그전에도 왓챠 인수 제안을 왔었던 곳도 10군데 정도 있었죠,



Q. LG유플러스가 왓챠에 투자하려고 했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A. LG유플러스가 많은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투자 진행을 했었죠. 그런데 이사회와 기관 주주들 입장에서는 이 과정이 너무 의심스러웠습니다. '문제가 좀 큰 것 같다'는 얘기도 나왔고요. 이건 분명히 문제 삼아야 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 상황에서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LG유플러스와 논의는 회사 매각은 아니었지만 경영권은 넘어가는 딜이었습니다. 회사를 잘 성장시켜서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어 보자. 그런 스토리로 이야기를 했었죠. 그런데 일반적인 투자나 인수에 해당하지 않은 이례적인 질문과 요구가 많았습니다. 그런 요구를 받으면서도 내부적으로도 '요청하는 것을 전부 제공하는 게 맞냐'라는 의견이 있었고요. 기술적인 것부터 저희가 그동안 쌓아온 온갖 노하우를 깊이 있게 알고 싶어했습니다. 보통 투자나 인수할 때는 그 기술의 효과가 어떤지, 얼마나 더 활용 가능한지 회사 성장과 관련해서 이런 것을 물어봅니다. 그런데 어떻게 서비스를 만들었고 인력 구성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세세한 것까지 물어봤습니다. 통상적인 딜의 논의보다 훨씬 더 깊이있게 들어왔죠. 저희 입장에서는 LG 유플러스가 투자 검토한다는 기사도 나오면서 다른 투자 기회는 다 사라진 상황이었어요. 다른 옵션이 없어진 상황에서는 거의 유일한 옵션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거의 끌려가다시피 했고요. 근데 검토 기간이 8~10개월 정도로 이렇게 길어지다 보니까 진짜 너무 어려워진 상황이 됐어요. 그런데 마지막에 논의가 결렬됐을 때도 LG유플러스는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계속 말이 바꾸더라고요. 그냥 '검토했는데 어떠어떠한 이유 때문에 못하게 됐다' 이런 설명을 못했어요. 다음날 물어보면 또 다른 얘기 하고요. 또 미팅하면 다른 얘기하고. 거기서 이유를 제대로 설명 못 하니깐 주주에게 이런 상황을 공유했어요. 주주들은 '이건 뭔가 단순한 투자 전략이 아닌 것 같다'라고 했죠. 저희에게 로펌의 자문을 구하라고 해서 자문을 구한 결과 '이거는 문제가 있다' 판단해서 공정위에 문제 제기를 했죠. 그런데 공정위의 심사지침에 문제가 있었습니다.(왓챠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LG유플러스를 신고한 건에 대해 공정위는 '심사 불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번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이 됐어요. 심사지침 개정이 필요하고 개정이 안 되면 수많은 스타트업이 같은 경우를 계속 당할 것이라는 지적이었습니다. 중기부에도 기술 탈취로 신고했습니다. 그 절차는 아직 진행 중이고요.

Q. 왓챠 실적은 어떤가요?
A. 지금도 상황이 어렵지만 내년에는 흑자를 낼 수 있습니다. 연간 흑자도 낼 수 있을 것 같고요. 빠르면 내년 상반기에는 흑자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지금 준비하는 성과가 나오기 시작하는 시점에 흑자 전환을 예상합니다.

Q. 웨이브와 티빙이 합병한다고 합니다.
A. 장기적인 뷰로 보면 경쟁 압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OTT 사업자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올 3분기에 넷플릭스가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습니다. 계정 공유 차단과 광고 요금제 도입으로 매출이 늘었죠.
A. 계정 차단은 굉장히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지금은 검토를 구체적으로 하는 단계는 아닙니다. 광고 요금제는 살펴보고 있습니다. 왓챠의 특징은 가입자 90% 이상이 유료로 이용료 전액을 내고 있습니다. 다른 플랫폼은 제휴 할인도 있고 사실상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의 기여가 매우 적은 이용자층이 꽤 있습니다. 이런 객단가가 떨어지는 이용자에게 광고를 보여주는 니즈가 있을 겁니다. 저희는 그 비중이 제일 낮기 때문에 급한 상황은 아닙니다. 한국 이용자 중에 광고를 보더라도 OTT를 싸게 보고 싶다는 풀이 얼마나 될지 저희도 좀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저희가 1인당 매출은 제일 높습니다.

Q. 내년 계획이 궁금합니다.
A. 저희는 구작 위주의 플랫폼입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 플랫폼에서 모두 해결하면 더 좋잖아요. 그래서 신작 영화에 대해서도 개별 결제로 구매할 수 있도록 강화할 계획입니다 .다음 주에 영화 '오펜하이머' 예약 판매도 시작하고요. 왓챠 파티 기능는 신작에서도 됩니다. 최신작에 대해서도 온라인 GV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인 거죠. 궤도라는 과학 유튜버가 '오펜하이머'로 왓챠파티를 진행합니다. 영화에 대해 좀 깊이 있는 해석을 접할 수 있을 겁니다. 사람들이 발견 못했던 디테일을 얘기하기도 하고요. 영화가 끝나면 QnA로 질문 답변하는 시간도 가능합니다. 영화 '킬링 로맨스' 같은 경우는 감독님이 직접 많은 얘기를 하시기도 했고요. '이 이 장면과 이 장면 사이에 어떤 장면이 있었는데 편집됐다' 이런 얘기요. 내년에는 왓챠피디아에도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을 예정입니다. 기본적으로 왓챠피디아가 추천에만 집중을 했었는데 커뮤니티 기능을 더 살리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 같습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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