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승리로 마무리된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은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사우디는 2021년 10월 유치 신청서 접수 직후부터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주도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반면 한국은 정권 교체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5월에서야 총력전을 선언하고 준비에 들어갔다. 부산은 후발주자라는 열세에도 막판까지 유치전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접전으로 끌고 갔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한 지 6일 만인 지난해 5월 16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달라”며 대통령 주재 민관합동전략회의를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정상외교 때마다 부산 엑스포의 의의와 개최 필요성을 각국 정상에게 밝혔다. 취임 후 1년7개월간 미국 영국 프랑스 폴란드 일본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12개국을 방문했다. 그동안 만난 정상급 인사만 96개국 110명, 각료·정치인·기업인 등을 합하면 462명에 달한다.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대통령과 국무총리, 각 부처 장관, 기업인 등이 엑스포 유치를 위해 이동한 총거리는 1989만1579㎞로 지구 495바퀴에 해당한다.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주요 기업 총수들도 바쁜 경영 일정을 뒤로 하고 부산 엑스포 유치에 올인했다. 민간유치위원장을 맡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다리 부상에도 불구하고 ‘목발 투혼’으로 세계를 누볐다. 최 회장과 SK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이 국내외에서 면담한 나라만 180여 개국, 고위급 인사와의 면담은 1100회에 달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남태평양 섬나라에서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유치 활동을 벌일 만큼 적극적이었다. 이 회장이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이동한 비행거리만 총 11만3000㎞로 지구 세 바퀴를 돈 것과 같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21년 8월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엑스포 유치 지원 전담 조직(TF)을 꾸리고 전방위 지원 활동을 펼쳤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 지지 성향이 강한 아프리카 지역을 맡아 마지막 한 표까지 확보하는 데 힘을 보탰다.
오형주/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