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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열 살짜리 여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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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열 살짜리 여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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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김씨 세습 왕조의 우상화를 위해 내세운 개념이 ‘백두혈통’이다. 백두산을 김일성의 항일 터전이자 김정일의 출생지라고 거짓 선전하고, 백두산의 정기를 받은 김일성 혈통이 대를 이어 통치해야 한다는 ‘프로파간다’다. 김일성은 반대파 숙청을 끝내고 1971년 ‘대를 이어 혁명을 계속해야 한다’고 연설하면서 이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1974년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에 이를 명문화했으며, 김정은이 ‘오직 김일성, 김정일의 혈통을 이어받은 후손만이 대를 이어 혁명 과업을 완수한다’고 못을 박으며 3대 세습을 정당화했다.

북한의 또 다른 우상화 개념은 ‘장군’ 칭호다. 김일성이 1945년 9월 19일 소련 군함을 타고 비밀리에 원산항에 발을 디뎠을 때 그의 계급은 소련군 88특별저격여단 대위에 불과했다. 33세의 애송이에 대한 상징 조작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백마 탄 장군’이다. 백마를 타고 항일운동을 하며 백두산과 만주 일대를 호령한 위대한 지도자였다는 설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백마 마케팅을 한 이유는 남성적, 진취적이고 호방한 영웅 이미지 구축이다. 김정은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 설원을 질주하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것도 이의 연장선상이다. 북한에서 장군은 2020년까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에게만 붙일 수 있는 금기 호칭이었다. 진짜 군 장군은 장성 또는 장령으로 불렀다. 북한의 실질적인 국가(國歌)도 ‘김일성 장군의 노래’고, ‘김정일 장군의 노래’, ‘김정은 장군 목숨으로 사수하리라’는 노래도 있다.

북한이 김정은의 딸 김주애를 ‘조선의 샛별 여장군’으로 표현했다. ‘조선의 샛별’은 김일성 초기 활동을 선전할 때 사용하던 것이다. 김정은도 ‘샛별 장군’으로 불렸다. 열 살짜리 어린애에게 ‘사랑하는 자제분’ ‘존경하는 자제분’이라더니 이젠 장군이라고 한다. 김주애에 대한 우상화가 속도를 내고 있고, 4대 세습을 위한 절차를 끝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군대를 안 가도 장군이 되고, 열 살짜리 어린애가 오직 백두혈통이란 이유로 장군이 되고 후계자로 거론되는 기괴한 체제가 북한 말고 또 어디 있나.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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