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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핑, 코끝이 찡…대학로에 펼쳐진 사랑의 우주 '렛미플라이'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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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초겨울 대학로에 따뜻한 우주가 펼쳐졌다. 뮤지컬 '렛미플라이'가 포근한 이야기와 섬세하고 감성적인 연출로 관객들의 마음을 녹이고 있다.

'렛미플라이'는 지난해 3월 초연한 창작 뮤지컬로 그해 열린 '제7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객석 400석 미만 부문 작품상과 작곡상, 신인남우상까지 3개 부문을 차지하며 입소문이 난 작품이다.

1969년 패션디자이너가 꿈인 주인공 '남원'은 상경해 꿈을 이룰 기회를 손에 넣었다. 사랑하는 '정분'과 함께 서울에 가기로 약속한 뒤 설렘 가득한 감정에 젖어있는 그때 눈앞에 보이는 달의 모양이 심상치 않다. 달이 걷잡을 수 없이 부풀더니 '팡!'하고 터진 듯하다. 강렬한 빛이 단숨에 그를 감쌌다.

눈을 떠보니 세상이 영 이상하다. 사람들의 손에는 전부 '휴대폰'이라는 조그마한 물건이 들려 있고, '선희'라는 이름의 할머니는 자신을 자꾸만 '영감'이라고 불렀다. 상경의 꿈도, 사랑하는 정분이도 보이지 않는다. 맙소사. 지금이 2020년이란다.

'렛미플라이'는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로 사랑에 관해 이야기한다. 김혜자·한지민 주연의 드라마 '눈이 부시게'를 본 이들이라면 이 시간 여행의 실체를 다소 빠르게 눈치챌 수 있을 테다. 시간 여행이라 착각하는 '남원'을 통해 사랑하는 이도, 현실도 잊어가는 이의 삶을 전한다.

기억을 잃은 '남원'을 중심으로 지독한 슬픔만이 그려질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렛미플라이'의 진가는 현실을 넘어서는 환상적인 상상력, 따뜻하고 유쾌하게 그려내는 사랑의 힘에 있다. '선희'를 앞에 두고 시종일관 '정분'을 찾다가 마침내 모든 상황을 이해하게 되는 '남원'의 서사에는 슬픔보다는 포근한 미소를 머금은 눈물이 어울린다.

이러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 달과 우주라는 소재는 더없이 중요하다. 달로 가고 싶어 했던 '정분'의 꿈을 이뤄주고자 하는 '남원'의 모습은 그 자체로 황홀한 우주와 같다. '남원'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매개이자 현실과 상상 속 사랑의 연결고리로서 달과 우주는 광활하고 벅찬 감정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섬세한 연출은 '렛미플라이'의 매력을 한층 배가하는 요소다. 작품 개발에 약 2년의 시간이 소요된 '렛미플라이'는 작은 무대 위에서 더없이 큰 세상을 구현해낸다. 드라마틱한 서사에 어울리는 짜임새 있는 연출이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젊은 '남원'이 거울을 통해 현재의 자신을 만나는 장면에서는 두 배우가 완벽한 마임 호흡으로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사랑을 택하면서 패션 디자이너가 아닌 재단사로 한평생을 산 '남원'에게 바늘의 의미를 '인생을 깁는 검'이라고 표현한 점도 어딘가 뭉클하다.

두 명의 남원, 선희, 정분 역을 연기하는 네 명의 배우는 빈틈없이 무대를 채운다. 희망·미래·꿈을 상징하는 달, 그리고 그와 대비되는 어두운 수선집의 작은 방의 구도까지 섬세하다 못해 꼼꼼한 연출이 인상적이다. 감성을 자극하는 넘버, 높은 조명 활용도, 곳곳에 배치된 웃음 포인트까지 알찬 120분을 경험할 수 있다.

공연이 끝나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이곳이 우주이며, 빛을 잃지 않는 우리의 사랑이 곧 달이라는 메시지가 머릿속을 맴돈다. 보통 사람들의 어딘가 특별한 사랑 이야기에 왠지 모를 위로와 감동이 느껴지는 '렛미플라이'다.

공연은 12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예스24스테이지 1관에서 계속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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