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절약으로 이혼을 결심하게 만든 남편이 양육비 지급도 자신만의 방식만을 강요해 고민이라는 아내의 사연이 공개됐다.
지난 28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남편과 별거 상태로 이혼 소송 중 양육비 문제가 생겼다는 A씨가 고민을 털어 놓았다.
자신을 중학교 1학년 딸을 둔 엄마라고 밝힌 A씨는 "남편은 절약 정신이 몸에 밴 사람이다. 반찬 종류가 세 개 이상이면 낭비라고 생각했고, 화장실에 휴지가 평소보다 빨리 닳으면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며 "심지어 제 생일 때 선물이랍시고 직장 동료가 안 입는 카디건을 줬다. 아끼는 것도 좋지만, 이대로 살다가는 숨이 막혀서 죽을 것 같았다"고 운을 뗐다.
A씨는 "내가 먼저 남편한테 이혼하자고 했고, 현재 딸의 친권자와 양육권자 지정 문제로 다투고 있다"며 "남편은 딸을 정말 사랑하지만, 제가 이혼 청구를 한 것에 앙심을 품은 것 같다. 법원에서 저에게 임시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결정했는데도 저에게 주고 싶지 않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편이 A씨에게 제안한 내용을 소개했다. 이혼 소송 기간 동안 딸 명의로 통장을 개설해 체크 카드를 발급받은 후, 그 통장에 A씨와 B씨가 각각 양육비를 입금하자는 것. A씨는 "양육비는 그 체크카드로 사용해서 사용 내역을 남편이 볼 수 있게 해달라는 말을 듣고 기가 막혔다"며 "임시양육비는 전부 딸의 학원비로 나갈 거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나를 이유 없이 괴롭히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A씨는 "남편은 자기 맘대로 딸의 통장에 양육비를 보냈는데, 나는 남편의 술수에 넘어가기 싫어서 사용하지 않았다"며 "어떻게 하면 남편에게 양육비를 받을 수 있는 것이냐"고 변호사에게 물었다.
법조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부모는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할 책임이 있고 양육에 드는 비용도 원칙적으로 부모가 공동으로 부담해야 한다. 어떠한 사정으로 부모 중 한명만 자녀를 양육하게 된 경우, 양육하는 사람이 상대방에게 적정 금액의 양육비를 분담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
이혼할 때도 부모 중 한명이 자녀를 데리고 있게 된다면 양육비 분담을 요청할 수 있다. 당사자 사이에 양육비 지급 및 분담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거나, 양육비에 대해 합의를 할 수 없는 때는 가정법원이 이를 정하게 된다. 가정법원은 양육자가 분담해야 하는 양육비를 제외하고 비양육자가 분담해야 하는 적정 금액의 양육비를 결정한다.
송미정 법무법인 신세계로 변호사는 "A씨와 남편이 외동딸 명의로 통장을 개설해 각자 양육비를 넣고, A씨가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양육비를 분담하는 것에 따로 합의하지 않는 한, A씨는 이런 방법으로 양육비를 지급하겠다는 남편의 말을 따를 필요가 없다"며 "A씨가 외동딸 명의의 통장에 남편이 입금한 돈 중 일부를 사용했다면 그 액수만큼은 남편이 양육비를 지급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송 변호사는 "A씨는 외동딸 명의의 통장에 남편이 입금한 돈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이혼소송 기간 양육비를 전혀 지급받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며 "임시양육비가 정해졌는데도 임시양육비 지급 의무가 있는 자가 임시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을 때는 미지급금을 계산해서 과거 양육비로 청구해 정산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