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의 말에서 영감을 받아 2015년 출발한 문학잡지 '악스트(Axt)'가 내년 1·2월호인 52호부터 전면 개편된다. 악스트는 은행나무 출판사가 격월로 발행하는 소설 및 소설 리뷰 전문 잡지다.
잡지의 얼굴, 표지부터 크게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매 호마다 소설가 인터뷰를 크게 싣고 그 소설가의 얼굴을 표지로 삼았다. 52호부터는 인터뷰가 빠진다. 그 시대의 사회와 문학을 보여줄 수 있는 단어를 하나씩 선정해 잡지 주제로 삼는다. 은행나무 관계자는 "독자의 일상과 문학 작품을 잇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표지에는 해당 주제에 걸맞는 젊은 사진작가의 사진작품을 선정해 싣는다.
개편 첫 호인 52호 주제는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단어인 '갓생(god+인생·목표 지향적이고 생산적인 삶)'이다. 새해 첫 표지는 이우선 작가의 'THESE DAYS'로 택했다. 52호부터는 외부 편집위원들 대신에 내부 편집자들이 주제, 필자 등을 선정한다.
내년부터 악스트는 소설 지면을 강화해 좀 더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소개할 예정이다. <휴먼의 근사치>를 쓴 SF작가 김나현 작가 등이 연재를 시작한다. 악스트에 SF 작품이 연재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은행나무 측은 "이제 악스트는 리뉴얼돼 다음 행보를 하게 된다"며 "장르도 아우르고 새로운 작가도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1·2월호에는 최근 독자들이 주목하는 소설가 정지아, 이서수, 이미상, 장류진 등의 글이 실린다.
악스트는 개편을 앞두고 51호인 올해 11·12월호를 특별호로 발행했다. 1호부터 50호까지 그간의 역사를 정리하는 글과 통계 등을 소개했다. 8년간 악스트가 다룬 책은 440권, 이들 책에 대한 리뷰는 총 451건에 달한다. 350명의 작가와 206명의 번역가를 담아냈다. 지금껏 참여한 필자는 169명이다.
이제껏 악스트에서 가장 많이 다뤄진 작가는 권여선, 오한기, 귀스타브 플로베르, 마그리트 뒤라스, 파스칼 키냐르 등 5명이었다. 가장 많이 언급된 번역가는 7회 등장한 정영목 번역가로, 알랭 드 보통과 필립 로스 등의 작품을 한국어로 옮겼다. 1호부터 50호까지 각 호 악스트에서 다룬 책들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도록 표로 정리하기도 했다.
이번 특별호에는 그간 동료 작가 인터뷰 등으로 악스트 지면에 등장했던 작가들의 편지가 실렸다. 정용준 소설가는 '소설의 죽음을 말하는 이에게'라는 글에서 "작가는 소설을 쓰고 독자는 소설을 읽는다"며 "그 두 개의 섬을 잇고 싶은 마음이 악스트에 녹아 있다"고 썼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