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에 사용되는 발신 번호 변작 중계기를 무인도에 설치하는 수법으로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고 150억원 상당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중국 보이스피싱 콜센터 팀장 20대 A씨 등 조직원 3명을 범죄단체조직 및 사기 혐의로 중국에서 송환해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들과 공모해 국내에서 발신 번호 변작 중계소를 운영한 B씨 등 13명도 구속했고, 공범 7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A씨 등은 2018년 7월부터 올해 9월까지 중국 다롄 등 6곳에서 기업형 보이스피싱 조직을 결성해 검찰과 금융기관 및 피해자 자녀를 사칭하는 수법으로 총 328명에게 150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발신 번호 변작 중계기를 이용해 중국에서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범행을 저질렀다. 이 중계기를 사용하면 해외에서 전화를 걸 때 전화번호 '070'이 '010' 번호로 바뀌어 국내 휴대전화에 표시된다.
경찰 조사 결과 A씨 일당은 발신 번호 조작 전문 B씨 일당과 함께 타인 명의로 개통된 유심과 휴대전화기를 이용해 차량, 오토바이 등에 싣고 다니는 이동형 중계소를 운영했다. 또한 모텔이나 땅속 등에 두는 고정형 중계소도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수사망을 피하고자 부산 가덕도 인근 무인도 갈대밭에 간이 천막을 설치하고 그 안에 발신 번호 변작 중계기를 설치·운영한 사실도 확인됐다. 천막 안에 설치한 중계기는 태양열 패널을 연결해 자가 발전은 물론 원격으로 전원을 관리할 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인근 어민에게 돈을 주고 공범으로 포섭해 중계기를 관리하면서 1년 6개월간 범행을 이어 나갔다.
경찰은 중계소 압수수색 과정에서 대포폰 180대, 대포 유심 1800개, 중계기 35대 등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