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고양이 밥 주는 사람인데요. 차 유리가 깨져있어 전화드렸어요."
네티즌 A 씨는 캣맘으로부터 고마운 전화를 받았다. 길고양이 때문에 A 씨의 차량이 파손됐다며 연락한 것이었다. "고맙다"며 캣맘에게 인사한 후 블랙박스를 확인한 A 씨는 매우 놀랐다. 차량을 파손한 것은 고양이가 아닌 캣맘으로 추정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28일 A 씨는 보배드림에 '캣맘에 의해 차량이 파손됐다'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한 옥외 주차장에 주차된 자신의 차량 전면 유리가 깨져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A 씨는 "자신을 고양이 밥 주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사람이 전화해 차 유리가 깨져있다고 했다. 아마 고양이들이 자기들끼리 싸우다 돌을 떨어뜨린 것 같다고 하더라. 바닥에 돌이 떨어져 있었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차 유리가 파손됐다는 말에 당황했지만, 일부러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해 준 그 분께 너무나 감사한 마음에 거듭 감사 인사를 했다"며 "남의 일에 무심히 넘어갈 수 있는데 일부러 수고스럽게 알려주려 전화해 줬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현장을 본 A 씨는 고양이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담벼락이 계단 형태로 되어 있어 사람과 고양이가 오르내릴 수 있는 구조였다. 그는 "내가 참 운 없게도 담벼락 옆에 주차해 뒀을 때 고양이들이 돌을 떨어뜨렸다고 생각하며 보험 자차로 수리하려 했다"고 말했다.
담벼락에서 떨어진 돌이 파손 원인이라고 확신한 A 씨는 112 신고를 했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블랙박스를 돌려봤다.
그는 "캣맘에게 전화를 받기 한 시간 전 연달아 몇 개가 찍혔다. 한 여성이 고양이 밥을 주기 위해 담벼락을 타고 올라갔다가 내 차로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차량에 떨어진 이후 황급히 차 뒤로 숨었다가 후드를 벗은 후 주차장의 CCTV를 한번 쓱 훑고 사라졌다"고 했다.
A 씨는 "제가 전화로 거듭 감사 인사를 했던 캣맘이 범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고양이 때문이라고 해서 믿었고, 큰 의심 안 하고 자차로 수리하려고 했던 마음이 80%였다. 고양이 때문이라고 하니까 블랙박스도 안 봤을 수 있다. 그걸 의도하고 전화를 한 거다. 면피용으로 용의주도하게 돌까지 챙겨놓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A 씨는 자차 수리를 위한 자기부담금, 차량 수리 기간 렌트비 등 80만원 정도를 내야 한다며 캣맘에게 적법한 절차를 통해 청구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고양이를 위한다는 소위 캣맘이란 사람이, 고양이 혐오를 일으키는 행동을 했다는 것에도 화가 났다"고 토로했다.
차승호 법무법인 온율 변호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형사적으로 캣맘을 처벌할 규정은 없고, 민사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형법 제366조 재물손괴죄는 고의에 의한 범죄만을 처벌하고, 이 사건 캣맘과 같이 과실로 재물을 손괴한 경우는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한, 도로교통법은 주정차 된 차를 손괴한 경우 인적 사항을 제공하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도로교통법 제156조 제10호), 위 규정은 도로교통법 제54조와의 해석상 차량 등을 운전하다가 교통으로 다른 차량을 손괴하는 경우에만 해당한다.
차 변호사는 "A씨는 캣맘을 상대로 민법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민법 제750조)를 해야 한다. 고의뿐만 아니라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도 성립하기 때문"이라며 "A 씨가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금은 수리 비용 또는 자차 수리로 인한 자기부담금, 선팅 비, 수리 기간의 렌트비 상당 금원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