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열린 '2023 범죄예방대상'에서 촬영한 단체 사진이 여권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진 속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위치 선정' 때문이다. 왼쪽 구석에서 깃발을 잡고 서 있는 한 장관을 본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주인공들을 돋보이게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2023 범죄예방대상' 시상식에 참석했다. 이 시상식은 대한민국 법질서 확립과 발전에 기여한 기관 및 개인을 포상하기 위한다는 취지로 법무부가 주관한다. 한 장관은 "지역사회 범죄예방을 위해 평생 헌신한 수상자 여러분께 감사와 축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촬영한 단체 사진이 공개되자 일부 여권 지지자들은 한 장관의 위치에 주목했다. 행사 주관 부처 장관은 단체 사진을 촬영할 때 가운데 앉는 게 일반적인데, 이런 관례를 깼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지자로 추정되는 한 네티즌은 "한 장관은 항상 수상자가 주인공이라고 가운데 자리 피해서 구석에 서서 기념사진을 촬영한다"고 했다. 한 장관은 지난해 열린 같은 행사에서 단체 사진을 촬영할 때도 맨 뒷줄에 섰다.
한 장관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수평적 조직문화가 만연한 공직 사회의 관례를 깨기 위한 '파격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장·차관을 포함한 간부를 호칭할 때 '님' 자를 붙이지 말라고 지시했고, 출퇴근 시 직원들이 관용차 문을 대신 여닫는 의전도 금지했다. 최근에는 부하 직원이 상사를 수행할 때 상사의 왼쪽 또는 한발짝 뒤에서 뒤따르도록 하는 등 '교정공무원 간 불필요한 예절 규정 폐지'를 지시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6월 21일 국회에 출근하면서 보인 이른바 '역(逆)의전'도 한동안 화제를 모았다. 한 장관은 서울에 5~20mm의 비가 내렸던 당시 국회 본회의 출석을 위해 관용차에서 내렸다. 한 장관 왼편에는 보좌진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함께 걷고 있었는데, 한 장관이 오히려 우산을 씌워주는 모습이었다. 이는 2021년 8월 27일 강성국 당시 법무부 차관의 '황제 의전' 논란과 비교되며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았다.
장관 취임 1년 반 만에 보수 진영의 간판으로 거듭난 한 장관의 다음 발걸음은 여의도를 향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25~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3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유권자들 10명 중 3명 이상은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 승리에 가장 도움이 되는 '간판 인물'로 한 장관(30.6%)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위는 이준석 전 대표로 20.7%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국민의힘도 한 장관이 대중적 인지도 등을 바탕으로 내년 총선에서 중도층·수도권 민심을 빨아들일 스펀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지난 21일 한 장관의 총선 역할론에 대해 "한 장관이 가지고 있는 많은 훌륭한 자질이 대한민국을 위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병수 의원은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한 장관의 총선 출마를 주장하며 "30%대 박스권에 갇혀버린 윤석열 대통령이나 국민의힘 지지도를 뚫어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고 썼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