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이 지난 23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피해자) 승소 판결한 것과 관련, 한·일 외교장관은 26일 미래지향적 관계를 계속 모색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번 판결이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은 이날 한·일·중 외교장관회의 개최를 계기로 부산의 한 호텔에서 만나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양국 장관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판결에 대한 양국의 원칙적인 입장을 재확인했다.
가미카와 외무상은 “한국 정부가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전달했다. 박 장관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양국 간 공식 합의로서 존중한다”고 밝혔다.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일본 정부와의 논의는 2015년 합의의 틀 내에서 다뤄나가겠다는 원칙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한·일 양국은 2015년 당시 일본의 사죄와 정부 예산 10억엔 거출 등을 담은 위안부합의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발표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박 장관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해 나가기 위해서 양국이 노력해야 하며, 이런 가운데 양국이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계속 모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양국이 이 문제에 대해 계속 소통해 나가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회의는 예정(60분)보다 25분 길어질 만큼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2019년 한·일·중 외교장관회의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35분 만에 양자회담을 마친 뒤 악수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난 것과 대비된다. 두 장관은 22일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강력히 규탄하고, 북·러 무기 거래 등 북한 문제에 대해 한·일, 한·미·일이 긴밀히 대응해 나가자는 데 뜻을 모았다. 또 유엔 등 다자 무대에서 양국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계속 소통하기로 했다.
부산=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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