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사들의 선박 인도 시기가 5년 뒤인 2028년까지 늦춰졌다. 지금까지 3년치 일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 조선사들의 일감이 4년치를 훌쩍 넘겼다는 의미다.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등은 해외에 조선소를 짓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수주량 4년치 넘어서기 시작
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인 HD현대중공업은 지난 14일 아프리카 소재 선사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두 척을 6981억원에 건조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선박은 울산조선소에서 만들어져 2028년 2월 선사에 인도될 예정이다.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도크가 이미 가득 찬 상황이어서 이를 감안해 인도 날짜를 늦춰 수주한 것”이라며 “선사도 선박 수요를 장기적으로 고려해 미리 주문했고, 인도 시기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도 지난 6월 북미 선주로부터 6592억원에 LNG 운반선 두 척을 수주하면서 선박 인도 시기를 2028년 2월로 정해 계약했다. 선박 건조는 6월부터 시작한 상태로, 주문 후 4년8개월 뒤에야 선박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수주한 선박이라도 건조 기간 단축이 가능하면 조기에 선박을 인도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7월 수주한 초대형 가스운반선(VLGC) 세 척의 인도 시기를 2026년 12월 말에서 그해 8월로 앞당기기로 했다. 8월 수주한 VLGC 두 척도 인도 시기를 2027년 7월에서 2026년 10월로 변경했다. 향후 다른 선박을 수주하기 위해 빨리 건조할 수 있는 선박은 서둘러 건조해 인도하겠다는 의도다.
해외 건조 검토 시작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들어서만 총 151척, 213억9000만달러(약 27조9350억원)어치를 수주했다. 연간 수주 목표(157억4000만달러)를 35.9% 초과한 것이다. HD한국조선해양 조선 자회사들의 수주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82조2140억원에 달한다. 삼성중공업(29조7673억원), 한화오션(25조8331억원) 등도 수주 잔액이 20조원을 훌쩍 넘겼다.한국 조선사들은 이에 따라 더 적극적인 선별 수주에 나서는 한편 해외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이미 선별 수주에 나서고 있지만, 강도를 더 높여 선가와 원가를 비교해 수익성 높은 발주에만 응찰한다는 계획이다. 복합연료 추진선이나 암모니아 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 한화오션은 북미 조선소 인수를 위해 16일 미국 현지법인(미국 홀딩컴퍼니)을 설립하고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한화오션은 이달 1조497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4200억원을 들여 해외 방위산업 분야 생산 거점과 지분을 확보한다고 밝힌 바 있다.
HD한국조선해양도 해외 조선소 인수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 조선소 인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선박용 엔진 공장을 짓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