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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는 대만 총통 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민주진보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우위를 점하자 중국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미국통’인 샤오메이친 주미 대만경제문화대표부 대표가 민진당 부총통 후보로 지명되자 중국은 ‘위험한 조합’이라며 경계했다.
2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라이 총통 후보와 샤오 부총통 후보의 조합을 통해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민진당이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에서 재집권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허우유이 국민당 후보와 커원저 민중당 후보의 야당 후보 단일화가 무위로 돌아가면서 라이 후보는 승기를 잡고 있다.
대만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샤오 민진당 부총통 후보는 대표적인 친미파로 분류된다. 주미대사 격인 대만경제문화대표부 대표로 3년간 일하면서 대만과 미국의 밀착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특히 대만 ‘전묘외교’의 대표 인물로 손꼽힌다. 전묘외교는 중국의 공세적인 ‘전랑 외교’에 맞서는 대만의 전략으로, 유연하게 다른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의미다.
중국 매체들은 대만 야당 단일화 실패로 민진당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지자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중국 주요 매체는 라이 총통·샤오 부총통이라는 ‘두 독립 조합’은 대만을 재앙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것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친중 세력인 마잉주 전 총통에 이어 2016년과 2020년 연이어 집권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 수용을 거부해온 차이잉원 총통의 민진당 정권을 상대로 중국은 8년 가까이 관계를 단절해왔다. 민진당의 재집권으로 미국과 대만의 밀착이 강화되는 것도 중국이 바라지 않는 상황이다.
단 라이 후보와 2·3위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아 판도가 뒤바뀔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지난 23일 이뤄진 3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라이 후보(31.8%), 허우 후보(29.6%)와 커 후보(27.1%)의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수준까지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