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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원대 주가가 5만원으로"…'394% 급등' 무슨 일이? [신현아의 IPO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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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에프이는 작년 말 잔뜩 움츠러든 기업공개(IPO) 시장 속 기관투자자의 선택을 받은 공모주였다. 하지만 반도체 업황이 좀처럼 회복하지 못했단 우려 속 상장 후 주가는 내내 공모가를 밑돌았다. 이랬던 주가가 반등하기 시작한 건 올 초부터다. 생성형 인공지능(AI)로 고성능 반도체와 연관된 기업들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면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티에프이의 종가는 3만8700원이다. 연초 기준가 7840원으로 시작한 주가는 지난 24일 기준 394% 급등했다. 시가총액은 이 기간 900억원 수준에서 4400억원으로 3500억원가량 불었다. 올해 최고가는 4만8000원이다.

티에프이는 작년 11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상장 당시는 공모 시장 혹한기로 골프존커머스, 밀리의서재, 라이온하트스튜디오 등의 상장 철회 소식이 잇따르던 때였다. 티에프이엔에서만은 온기가 돌았다. 반도체 업황이 저점이라고 판단한 기관투자자의 관심이 이어지면서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를 희망가격(9000~1만500원) 상단에 확정했다. 당시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1428곳) 가운데 88% 이상이 밴드 상단에 주문 가격을 써냈다.

하지만 일반 청약 결과는 달랐다. 기업 자체에 대한 의심보단 당시 공모주 청약이 몰리면서 유동성이 분산된 결과였다. 상장 이후 주가도 지지부진했다. 공모가(1만500원)를 좀처럼 회복하지 못한 채 2023년을 맞이했다.

반등 조짐은 올해 초부터 나타났다. 생성형 AI '챗GPT' 열풍 속 엔비디아의 고도화된 AI 반도체가 전세계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다. AI 구동이 가능해야 한단 점에서 많은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소화할 수 있는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폭증했다. 단순히 반도체칩 제조 기업뿐만이 아닌, 관련 소재·부품·장비를 공급하는 업체부터 반도체 테스트 공정에 투입되는 부품 업체로까지 관심이 이어졌다. 이중 하나가 티에프이다.

티에프이의 주력 제품인 테스트 소켓·보드·체인지오버키트(COK)는 반도체의 성능·품질 등을 시험하는 공정에 적용된다. 이들 3개 부품은 모두 비범용적 부품으로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투자가 동반돼야 하는 분야다.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되고, 복잡해지면서 신뢰성 있는 테스트 공정은 더 중요해졌고, 신규 테스트 공정도 늘어나고 있다. 이는 부품 가격의 상승과 수요 확대로 이어져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티에프이는 테스트 소켓·보드·COK 부품을 반도체 테스트 공정 전 부문에 일괄 공급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업체다.

이 회사에 대한 기대감은 더 높아지고 있다. 티에프이가 2025년께 최근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용 테스트 소켓의 최대 공급사로 부상할 가능성이 거론됐다. 삼성전자가 해당 제품 공급업체의 점유율 변화에 나설 것이란 얘기가 나도는 가운데 기존 최대 공급사인 ISC가 SK그룹 계열사인 SKC에 매각된 게 티에프이에 기회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 삼성전자로의 메모리 반도체용 테스트 소켓 공급 비중은 ISC 다음으로 티에프이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티에프이의 최대 매출처도 삼성전자(9월 말 기준 매출 비중 53.52%)다. 기술 부문을 담당하는 임원 대부분이 삼성전자 출신이란 점과도 연결된다.

티에프이는 작년 말 기업설명회에서 강조했던 비메모리 반도체 비중도 늘리고 있다. 전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비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메모리 반도체 대비 약 3배 더 높단 점에서 매출 발생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동주 SK증권 연구원은 "비메모리향 매출 비중은 현 25% 수준에서 2025년 50%를 넘어설 전망"이라며 "최근 비메모리 연구개발(R&D) 수주가 늘어나고 있단 점도 내년과 내후년 실적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생성형 AI가 이 시장의 불을 지폈지만, AI는 자율주행, 로봇 등으로 확대 적용될 여지도 많다. 반도체 수요도 그만큼 불어날 수밖에 없다. 테스트 공정에도 수혜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동주 연구원은 "2.5차원(D)·3D 패키징과 고성능 D램인 고대역폭메모리(HBM) 확대로 전체 소켓 시장이 급속도로 커질 것"이라며 "티에프이도 이에 대응해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최근 경기 화성시에 136억원을 들여 제품 적기 대응을 위한 공장을 증설키로 결정했다.

다만 올해 급격하게 오른 만큼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부담 속 주가 단기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단 시각도 있다. 최근 불거진 '엔비디아 거품론'에 우려는 커지고 있다. 그간 강했던 HBM 관련 투자 강도가 내년 하반기 들어 완화하면서 모멘텀이 약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리테일사업부 이사는 "이차전지와 달리 반도체는 실적이 나온다. 최근 엔비디아가 호실적에도 하락한 건 성장성 문제보단 딱히 모멘텀이 없는 데다, 단기 급등에 따른 투자자들의 피로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염 이사는 "삼성전자가 내년 초 공개할 '갤럭시S24'에 생성형 AI가 자체 탑재될 것이란 얘기가 있다. 이는 그만큼 고성능 반도체가 스마트폰에 들어갈 수 있단 의미"라며 "생성형 AI뿐만 아닌 자동차, PC 등 AI 활용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이제 시작인 산업이라서 거품을 논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 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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