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출연이 정해지고, 만주어를 연습한 시간까지 합하면 14개월 정도를 빠져 살았던 거 같아요. 처음엔 도전이 두렵고, 부담도 됐지만, 그 과정이 즐거웠고 결과도 좋아 지금은 너무 행복합니다."
만주인보다 더 만주인 같은 모습으로 MBC 금토드라마 '연인'에서 활약한 배우 최영우가 작품을 마친 후 털어놓는 이야기였다. '연인'은 병자호란을 겪으며 엇갈리는 연인들의 사랑과 백성들의 생명력을 다룬 휴먼역사멜로 드라마다.
최영우가 연기한 용골대는 병자호란을 일으키는 청나라의 장수다. 청 황제의 신임을 얻어 조선에 관한 일의 거의 전권을 갖지만, 부지런히 자신의 주머니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는 이중적인 캐릭터다. 극 초반엔 험악한 인상에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욕받이'였던 용골대는 이후 장현(남궁민 분)과 운명 공동체로 엮이면서 존재만으로 웃음을 주는 '귀요미'로 등극했다.
최영우는 "사람들이 후반부엔 제가 나오기만 하면 웃었다고 하는데, 저는 정말 진지하게 연기했다"면서 "용골대의 허술함, 자신이 장현을 이용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장현에게 '감긴' 그런 모습을 보고 좋아해 주신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왕이면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최영우는 캐스팅이 확정된 후 만주어 강습뿐 아니라 머리까지 '빡빡' 밀었다. 변발한 극 중 모습은 삭발한 그의 실제 모습이었다. 실리콘 특수 분장과 같은 선택지도 있었지만 '제대로 한다'는 생각에 선택한 행동이었다. 여기에 장수의 몸을 만들기 위해 체중도 평소보다 8kg 정도 증량했다.
최영우는 "감독님은 좋아하셨지만, 주변 사람들은 '무섭다'면서 저의 행동에 '진정하라'고 하기도 했다"고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저와 동생에게 10돈짜리 금목걸이를 사주셨는데, 그걸 하고 헬스장에 갔더니 다들 이상하게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며 "이유는 저도 모르겠다. 그런 시선이 느껴져서 다음부터는 하지 않게 되더라"라고 털어놓아 폭소케 했다.
일주일에 6일은 3시간씩 헬스장에서 운동하며 몸을 만들었고, 매일 6시간 이상씩 만주어 공부를 하며 완성한 용골대였다. 그의 노력 덕분인지 최근 tvN '발가벗은 세계사'에 병자호란이 주제로 나와 게스트로 출연했을 때, 중국인 패널이 "난 (중국)이 지역 출신인데, 어디 출신이냐"고 물어볼 정도였다고. 중국인까지 '깜빡' 넘어갈 정도로 생생한 연기였던 셈이다.
최영우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까지 모두 한국인"이라며 "광주에서 태어나 부천에서 자랐고, 지금은 서울에 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부모님도 '연인'을 보시고 굉장히 좋아해 주셨다"며 "인조 역할의 김종태 형도 부러웠는데, '처음엔 같이 욕을 먹었는데 어느 순간 본인만 욕을 먹고 있다'고 하더라"라고 후일담을 전했다.
"전쟁터에서는 무자비하고, 승리를 위해, 청을 위해 더 날카롭게 연기했다면 병자호란이 끝난 후엔 좀 더 용골대라는 인물이 가진 다양한 모습을 시청자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장현이랑 함께하며 그 모습이 잘 드러난 거 같고, 대본에 쓰인 대로 연기했는데 그걸 시청자분들께서 좋아해 주셔서 감사할 뿐입니다."
최영우는 배우 설경구, 황정민, 김윤석, 장현성 조승우 등 스타 배우들을 탄생시킨 극단 학전에서 연기를 시작해 연극, 뮤지컬 무대를 거쳐 영화, 드라마까지 활동 영역을 확대했다. 특히 올해인 KBS 2TV '어쩌다 마주친, 그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셀러브리티'에 이어 '연인'까지 활약을 이어가며 종횡무진 활동 중이다. '연인'의 또 다른 주역 배우 안은진과도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JTBC '한 사람만'에 이어 '연인'에서 3번째 만났다.
최영우는 "배우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목표인데, 올해는 각각의 작품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드린 거 같다"며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하겠다. 그 모습을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