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그제 밤 예고기간보다 앞당겨 군사용 정찰위성을 기습 발사한 것은 또 하나의 안보 변곡점으로 봐야 한다.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에 이은 위중한 사태다. 북한 주장대로 발사가 성공했다면 고각으로 실험해오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는 뜻이다. 위성 자체가 가지는 중요성도 크다. 1, 2차 발사 실패 땐 조악한 수준이라고 했지만 절대 얕볼 일이 아니다. 위성 선진국인 러시아가 기술을 전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게다가 북한은 빠른 기간 안에 여러 개의 정찰위성을 발사하겠다고 예고했다. 위성 능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나가겠다는 것으로, 군사적 효용성이 높아진다면 한반도에 전개되는 미국 전략자산과 주한미군 기지 등의 움직임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다. 북한 도발 징후 시 우리의 선제타격 능력도 약해질 수 있다. 북한은 ICBM뿐만 아니라 우리 전후방 주요 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전술핵 탑재용 단·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해놨다. 정찰위성까지 갖게 된다면 보고 때릴 ‘눈’과 ‘주먹’을 모두 확보해 북한의 선제타격 능력은 한층 고도화한다. 김정은은 대남 핵 선제타격을 헌법에 못 박아 놔 핵이 없는 우리로선 치명적인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엄중한 사태를 맞아 우리 정부가 9·19 군사합의 일부의 효력 정지를 통해 깜깜이 대북 정찰 족쇄를 푼 것은 불가피하고 당연한 조치다. 즉각 효력이 정지된 9·19 합의 1조3항은 군사분계선(MDL) 인근 상공에서 모든 기종의 항공기 비행을 금지하기로 한 것이다. 북한보다 월등한 한·미의 대북 감시·정찰 능력만 떨어뜨려 불균형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더욱이 북한은 무인기 기습 침투, 서해 완충구역 포사격 등 3600여 회에 걸쳐 9·19 합의를 어겨 우리만 이를 지키는 게 의미가 없어진 마당이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은 “9·19 효력 정지는 잘못된 처방이라며 더욱 유지,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고 고집하고 있다. 김정은 대변인이 하는 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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