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영국 의회 연설에서 “한국과 영국의 협력 지평이 디지털과 인공지능(AI), 사이버안보, 원전, 방산, 바이오, 우주, 반도체, 해상풍력, 청정에너지, 해양 분야 등으로 크게 확장돼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영국 의회 의사당이 있는 웨스트민스터궁에서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이한 올해는 양국 관계가 새롭게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의회의 어머니’인 영국 의회에 서게 돼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의회민주주의 확립, 산업혁명 등 영국의 세계사적 업적을 열거한 뒤 “위대한 영국을 이끌어 온 핵심이 바로 영국 의회임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6·25전쟁 당시 영국군의 희생을 언급하면서는 참전용사인 콜린 태커리 전 육군 준위(93)를 호명한 뒤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깊은 감사와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미래 양국 관계에 대해 윤 대통령은 “이번에 체결하는 ‘한·영 어코드’를 기반으로 이제 양국은 진정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다시 태어난다”며 “보다 개방되고 자유로운 국제질서를 영국과 함께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영국과 함께 인도·태평양 지역의 정치적 안보와 경제 안보를 튼튼히 하는 데 함께 힘을 모을 것”이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영국이 비틀스, 퀸, 해리포터 그리고 데이비드 베컴의 오른발을 가지고 있다면 한국엔 BTS, 블랙핑크, 오징어게임 그리고 손흥민의 오른발이 있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연설에는 전 영국 총리인 윈스턴 처칠을 비롯해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 등 영국을 대표하는 위인이 대거 등장했다. 연설 제목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구절에서 따온 ‘도전을 기회로 바꿔 줄 양국의 우정’이었다.
윤 대통령과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22일 정상회담을 열고 안보와 경제 전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다우닝가 합의(DSA)’를 발표한다. 북한에 대한 해양 공동순찰을 추진하고 반도체 분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맺는다.
런던=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