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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휘의 마케팅 인사이드] 명동에 K팝 흐르는 흡연실을 만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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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출렁다리 숫자에 깜짝 놀란 적이 있다. 208개라고 한다. 최근까지 지방자치발전위원을 지낸 한 행정학과 교수의 얘기다. 한 달 전쯤 들었으니 지금은 숫자가 더 늘었을지도 모른다. 국토 면적 대비 출렁다리 수를 비교하면 아마 세계 1위이지 싶다.

“무엇이든 1등을 하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한다면 딱히 할 말은 없다. 그래도 ‘출렁다리 세계 1위’는 뭔가 개운치 않다. 수십m 다리 위에 서 있는 아찔함을 즐기는 감성 기제가 한국인의 DNA 속에 면면히 이어져 왔나. 왜 그렇게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는 출렁다리에 집착한 걸까.

사실 이유는 따로 있다. 한국 공무원들의 ‘베끼기 DNA’가 원인이다. 관료 사회에서 어떤 일을 추진하려면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때 반드시 필요한 게 성공 사례다.

전국에 우후죽순 케이블카가 들어서고 있는 것도 출렁다리 못지않은 ‘벤치마킹의 폐해’다. 유럽 산악 지역의 이동 수단이던 케이블카를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고, 한술 더 떠 ‘세계 최장’ 운운하는 나라는 우리와 베트남뿐이다.
'공자님 말씀'으론 실효 못 거둬
‘선례 따라 하기’와 함께 공무원 집단의 또 다른 특질로 꼽을 수 있는 건 ‘공자님 말씀’이다. 금연 정책이 대표적이다. 정부 금연 정책의 골간은 ‘무조건 피우지 말라’다. 지난해 금연 홍보 예산만 241억원에 달했다.

죽음을 예고하는 섬뜩한 금연 광고의 효과가 꽤 크긴 하지만, 계도만으로 흡연율 제로(0)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2009년 27.3%였던 19세 이상 성인의 흡연율은 2021년에도 여전히 높은 수준(19.3%)이었다.

흡연으로 인한 폐해는 여전하다. 간접흡연이 대표적이다. 층간 소음과 함께 현대 사회의 대표 갈등으로 불릴 정도로 폐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공자님 말씀만 하겠다는 현 정책으로는 이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선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일본 정부는 최근 연초와 전자담배를 구분한 흡연실을 도심 곳곳에 설치하고 있다. 일본 1위 담배 제조사인 JTI와 글로벌 1위인 필립모리스는 목 좋은 상권에 각사의 전자담배 브랜드를 홍보하는 전시장(사진)을 경쟁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전담' 흡연실에 공들이는 일본
일본 정부가 흡연 천국을 만들기 위해 이런 정책을 펴는 것일까. 그럴 리 없다. 일본은 2020년 4월부터 실내 흡연을 전면 금지하면서 동시에 애연가들이 전자담배로 전환하도록 유인책을 강화하고 있다. 금연 정책 못지않게 간접흡연의 폐해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국내에서도 몇몇 지자체가 홍익대 공공디자인센터와 협력해 설치 미술에 버금가는 흡연실 디자인을 고안 중이다. 담배꽁초가 배수구를 막는 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의 흡연실을 세계의 명물로 만드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외국인 관광객이 부쩍 많아진 서울 명동에 가보면 뒷골목에서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는 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근처엔 버려진 담배꽁초가 수북하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인근 상인과 점원들까지 가세한 명동의 뒷골목은 그야말로 거대한 흡연실이나 다름없다.

차라리 명동에 K팝 스타들의 사진으로 꾸민 깨끗하고 멋진 흡연실을 만들면 어떨까. 바르샤바공원에 쇼팽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벤치를 설치해 쓰레기 배출률을 확 낮춘 폴란드 공무원들처럼 말이다.

이런 것이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 선진 사회에서 공무원이 갖춰야 할 창의와 혁신 아닐까. 베끼기나 공자님 말씀이 아니라 넛지형 정책 아이디어 하나만으로도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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