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불황 속에 저평가된 가치주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VIP자산운용은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운용사 가운데 하나다. 쟁쟁한 매니저들 가운데 자신만의 확고한 영역을 개척한 박성재 VIP자산운용 밸류팀장은 에이스로 꼽힌다. 2010년 입사한 그는 현재 총 6000억원의 자산을 굴리고 있다. 대표 상품인 ’밸류프로 사모펀드‘의 누적 수익률(16일 기준)은 370.3%로, 같은 기간 31.7% 오른 코스피지수를 크게 제쳤다.
박성재 팀장은 최근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증시 상황에도 ”투자하기 좋은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경기가 상반기를 저점으로 하반기, 내년 이후에는 회복할 것”이라며 ”코스피 밸류에이션도 0.8배 수준에 근접해 하방경직성이 강해졌다”고 진단했다. 주력 산업인 반도체 수출이 지난달부터 증가세로 돌아서며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는 판단이다.
특히 반도체 소부장 관련주를 유망한 투자처로 봤다. 박성재 팀장은 가치투자를 근간으로 하되 구조적 성장이 가능한 산업군에서 유망 중소형주를 발굴하면서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 보다 중소형 소부장주가 주가 업사이드(상승여력)가 커 기회가 많다”며 “전방산업 다변화가 가능한 업체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ISC, 주성엔지니어링, 한솔케미칼 등을 투자하기 좋은 기업으로 꼽았다.
그는 실패의 경험을 자산화했다. 박성재 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2~3년 간 국내 증시를 주도한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장세가 지나면서 주가가 급락했던 자동차 부품주에 투자했다. 다만 자동차 부품주들은 이후 실적이 악화했다. 다가오고 있던 전기차 시대를 역행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구조적으로 방향성이 잘못되면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사양 산업에서의 역발상 투자보다는 구조적으로 성장하는 산업에서 밸류에이션이 정당화될 수 있는 강소 기업에 주목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조정 중인 2차전지는 중장기적 방향성 측면에선 유망하지만 차별성을 갖는 종목 위주로 접근하라는 조언이다. 박 팀장은 “2차전지 업종의 실적 모멘텀이 둔화되는 국면인 만큼 현재는 비중을 많이 축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중순 이후 비중을 크게 늘린 섹터는 반도체, 의료기기 순”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 자산과 퇴직연금 등을 모두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에 투자한다. 다른 곳에 맡겨 운용을 할 때보다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끝으로 개인투자자에겐 '냉철한 투자'를 당부했다. 박 팀장은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투자는 계속해야 한다“며 ”투자에 대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접근하되 투자를 집행할 때는 냉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효 기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