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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이 2029년까지 세계 4위 산유국으로 거듭나겠다는 야심 찬 목표에 한발 다가서고 있다. 중남미 지역 통틀어 최대 에너지 기업으로 꼽히는 국영 페트로브라스가 원유 생산량을 공격적으로 늘리면서다.
2030년 5위 산유국 등극 전망
2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노르웨이 소재 에너지 시장 컨설팅업체 라이스타드에너지는 현재 340만배럴 수준인 브라질의 일일 원유 생산량이 2030년 530만배럴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예측이 현실화하면 미국(일일 1040만배럴), 사우디아라비아(일일 940만배럴), 러시아(일일 880만배럴), 이라크(일일 540만배럴)에 이어 브라질이 세계 5위 산유국에 등극하게 되는 셈이다.국영 기업 페트로브라스의 석유 생산량이 같은 기간 일일 210만배럴에서 330만배럴까지 뛸 거란 추정에 기반한 관측이다. 페트로브라스는 현재 사우디 아람코(일일 980만배럴), 러시아 로스네프트(일일 340만배럴), 중국 페트로차이나(일일 310만배럴), 이란 국영석유회사(NIOC·일일 260만배럴), 쿠웨이트 국영석유회사(KPC·일일 260만배럴), 미국 엑슨모빌(일일 220만배럴)에 이어 글로벌 기업 중 7번째로 많은 원유를 뽑아내고 있다. 7년 후에는 러시아, 중국, 미국 등 주요 산유국 소속 기업들을 모두 꺾고 아람코, NIOC에 이어 3위에 오를 거란 예상이다.
브라질 전체의 연간 석유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 전년 대비 4% 늘어난 일일 300만배럴로, 세계 9위 수준이다. 앞서 브라질 정부는 2029년까지 원유 생산량을 일일 540만배럴로 늘려 세계 4위 산유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페트로브라스의 원유 탐사·생산 책임자인 조엘슨 팔카오 멘데스는 “올해 생산량은 예측치를 초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향후 몇 년간 상당한 생산량 증가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가 대서양 연안에서 개발한 심해 유전에서의 원유 생산량은 2010년 4만1000배럴에서 2022년 230만배럴로 12년 새 6배 가까이 불어났다. 지난해 페트로브라스의 순이익과 배당금은 1880억달러(약 243조7000억원), 2160억달러로 사상 최대치였다.
국제유가 하락과 달러화 약세의 여파로 올해 3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의 5분의 2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페트로브라스는 원유 생산량을 10% 가까이 늘리며 사세 확장에 나섰다. 브라질 전역에 30개 이상의 시추 시설을 확보한 이 회사는 2027년까지 11개의 하부 유전(pre-salt)을 추가로 개발할 계획이다.
원유 탐사 관련 예산 60억달러(2023~2027년)의 절반(29억달러)을 브라질 북부 해안을 따라 2200㎞ 길이로 이어지는 석유 매장지 ‘에퀴토리얼마진’(Equatorial Margin)에 쏟는다. 에퀴토리얼마진의 원유 매장량은 100억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페트로브라스는 이 지역이 엑슨모빌, 셰브런 등 미 기업들이 앞다퉈 유전 개발에 나선 인근 가이아나를 뛰어넘는 원유 생산 중심지로 떠오를 거란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룰라 정부 ‘탄소 감축’ 의제 걸림돌
에퀴토리얼마진을 포함한 하부 유전에서의 생산량이 2029년 정점을 찍을 거란 예상은 걸림돌이다. ‘아마존 생태계 보호’로 대표되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정권의 ‘탄소 감축’ 의제와 모순되는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유전 탐사 과정에서 야생동물과 토착민들의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에퀴토리얼마진은 룰라 대통령 집권 1기 때인 2006년 처음 발견됐고, 집권 노동자당(PT)은 이를 룰라 정권의 업적 중 하나로 세일즈하고 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활동가 엔리코 마론은 “브라질은 낡은 석유 시대가 남긴 극심한 고통 속에서 석유를 생산하고 수출하는 마지막 국가가 될 것”이라며 “전 세계가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와중 화석 연료 개발에 계속 투자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페트로브라스 측은 하부 유전 개발이 다른 방식 대비 저렴한 데다 탄소 배출량도 비교적 적어 에너지 전환 ‘과도기’에 이상적인 공급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라이스타드에너지에 따르면 하부 유전에서의 원유 생산 비용은 배럴당 35달러로, 국제 표준인 배럴당 약 90달러와 비교하면 매우 낮다.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도 배럴당 18㎏으로 전 세계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페트로브라스는 올해 룰라 대통령 재집권 이후에는 저탄소 프로젝트 투자 규모를 대폭 늘리기도 했다.
멘데스 책임자는 “어떤 종류의 모순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통합된 에너지 회사로서, 우리는 석유·가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며 “석유는 재생에너지와 함께 여전히 국가 에너지 믹스에서 중요한 지위에 있으며, 우리는 두 사업(석유와 재생에너지)을 모두 지속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