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쫓겨난 샘 올트먼이 독자적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회사를 설립하려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움직임이 현 이사회와의 관계를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올트먼은 해고된 지 이틀 만에 오픈AI 본사를 찾아 복귀와 관련한 협상에 나섰다. 올트먼의 복귀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그가 오픈AI에서 나온 이들과 새로운 회사 설립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올트먼이 ‘티그리스’라는 프로젝트명으로 중동 지역에서 수십억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하고 다녔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생성 AI를 운영하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의 훈련과 학습에 필요한 AI 반도체를 개발하겠다는 게 프로젝트의 목표다. 현재 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AI 작업에 특화된 텐서 프로세싱 유닛(TPU)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AI 반도체 개발은 반도체 개발사는 물론 빅테크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이다. MS, 구글, 아마존 등도 자체적으로 TPU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올트먼의 프로젝트에 대해 MS도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트먼의 AI 반도체 회사 설립 추진 내용은 이미 알려진 바 있다. 블룸버그는 해당 프로젝트에 관해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한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그의 야망이 오픈AI 이사회와의 관계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올트먼은 지난 9월 애플 전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와 새로운 AI 하드웨어 개발을 논의하기도 했다. 여기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자금 지원 등 협력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올트먼이 창업할 경우 여러 투자자가 투자 의향을 밝히고 나섰다. 벤처투자자인 비노드 코슬라는 전날인 지난 18일 자신의 X 계정에 “올트먼이 오픈AI에 복귀하길 바라지만, 그가 다음에 무엇을 하든 지원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픈AI의 여러 핵심인력들도 올트먼의 해임 소식을 접한 후 회사 측에 사임 의사를 전달했다.
샘 올트먼이 다시 오픈AI에 복귀할 가능성도 있다. CNBC 등은 이날 올트먼이 회사에 손님 자격으로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올트먼은 이날 자신의 X 계정에 오픈AI 방문자 목걸이를 착용하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착용한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올트먼과 함께 축출된 그렉 브록먼 오픈AI 이사회 의장도 함께 돌아올 가능성 있다. 로이터, 더인포메이션 등에 따르면 오픈AI에 투자한 MS와 스라이브캐피털, 타이거글로벌매니지먼트 등 투자사도 이사회 측에 올트먼을 복귀시키라는 압력을 넣고 있다. MS 등 일부 투자자들은 올트먼은 복귀와 함께 이사회 교체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