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년까지 한국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7만달러(약 9100만원)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
세계 1위 컨설팅업체인 맥킨지앤드컴퍼니(맥킨지)가 밝은 청사진을 발표했다. 최근 발간한 ‘한국의 다음 S-곡선(Korea’s Next S-Curve)’ 보고서를 통해서다. 하지만 쉽지 않은 조건도 따라붙는다. 산업 구조를 송두리째 바꿔야 하고 인력 구조도 싹 바꿔야 한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들이 2~3개 추가로 생겨나야 한다.
보고서 공동 저자인 이용진 맥킨지 한국사무소 시니어파트너는 지난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인당 GDP가 7만달러에 도달하려면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4~5%로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바탕으로 2040년 세계 7대 경제 강국 대열에 진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GDP는 3만2237달러(약 4200만원)이다. 대만(32811달러)보다 낮은 수준이다.
맥킨지가 제시한 연 4~5%대의 경제성장률은 도전적 목표다. 경제학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연 2%를 사수하는 것도 힘겹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올해와 내년 잠재성장률을 각각 1.9%, 1.7%로 추정했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의 노동과 자본 등을 투입해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 없이 최대한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을 말한다. 잠재성장률은 취업자 수(노동 투입)와 설비·건설투자(자본 투입), 기술혁신·제도·법(총요소생산성) 등의 변수로 구성된다.
한국은행은 잠재성장률이 2001~2005년 5.0~5.2%에서 2006~2010년 4.1~4.2%로, 2021~2022년에는 2.0%로 떨어진 것으로 추산했다. 연 1%대에 머무른 잠재성장률을 4~5%로 끌어올리기 위해 맥킨지는 여러 조건을 제시했다.
맥킨지는 석유화학·정유업을 구조조정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고 했다. 이 시니어파트너는 “한국 수출 2위를 차지한 석유화학업종은 중국의 과잉 설비로 조만간 위기를 겪을 것”이라며 “석유 수요가 최대를 기록한 이후 꺾이는 시점인 이른바 ‘피크 오일’이 2035년 도래하면서 정유업도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매출 1000억달러 이상 기업 다섯 곳과 함께 100억달러(약 13조원) 이상 기업은 20곳이 나와야 한다”고도 했다. 지난해 매출 1000억달러를 돌파한 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등 세 곳뿐이다. 하지만 앞으로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들이 나올 만한 기회가 적잖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 시니어파트너는 “탄소포집·활용·저장(CCUS)과 풍력은 각각 1000억달러 시장이고, 소형모듈원전(SMR) 시장은 4800억달러 규모로 불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오 시장도 팽창하는 데다 양자컴퓨팅은 무려 1조달러 시장”이라며 “이들 분야에서 혁신을 이룬 한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매출 100억~1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했다.
기업들이 사업 혁신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외국계 투자금을 유치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했다. 그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중동을 비롯한 외국계 투자자들이 문의를 해온다"며 "한국 재벌기업들이 매각하는 자산에 특히 관심이 많다"고 했다.
외국계 자본은 재벌 오너일가가 상속 과정에서 매각하는 자산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 시니어파트너는 "오너일가가 높은 상속세율에 대응해 자산을 대물림하기보다는 매각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외국계 자본이 이 자산을 집중적으로 문의해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견제를 받는 중국에서 빠지는 사모펀드와 투자자들이 한국에서 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