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내년도 산업통상자원부 예산안을 단독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의 예산 삭감에 반발해 회의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7개 항목에 배정된 원전 관련 예산 1813억73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원자력 업체를 위한 금융지원 예산(1000억원)을 비롯해 내년 본격적인 착수를 앞둔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연구개발(R&D) 사업비 332억8000만원도 전액 잘랐다. 이어 △원전수출보증 250억원 △원자력 생태계 지원사업 112억800만원 △현장 수요 대응 원전 첨단 제조 기술 및 부품·장비 R&D 사업 60억원 △원전 기자재 선금 보증보험 지원 57억8500만원 △SMR 제작 지원센터 구축사업 1억원 등의 예산도 삭감했다.
민주당은 반면 신재생에너지 관련 금융 지원(2302억원), 보급 지원(1620억원), 핵심 기술개발(579억원) 등 예산을 정부안보다 4500억원 늘렸다.
'원전 복원' 발목잡은 巨野…與 "신재생 만능주의 고집"
文정부 계획한 SMR도 전액삭감…與 "野, 예산안 단독처리 폭주"
더불어민주당이 내년도 연구개발(R&D) 사업비(332억8000만원)를 전액 삭감한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는 에너지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꼽힌다. 일반 원자력발전에 비해 안전성과 경제성이 높아서다. 문재인 정부가 i-SMR 기술 개발 사업을 계획한 것도 이 때문이다.文정부 계획한 SMR도 전액삭감…與 "野, 예산안 단독처리 폭주"
하지만 민주당이 예산을 삭감하면서 내년에 본격적으로 이뤄질 예정이었던 i-SMR 기술 개발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다 수출 보증에 쓰일 예산 250억원이 전액 깎이면서 원전 수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는 평가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여당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예산 삭감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법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안은 소관 상임위원회 의결을 거쳐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회부된다. 이때 상임위가 삭감한 예산을 되돌리려면 예결위는 소관 상임위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과반 의석수를 지닌 민주당 의도대로 정부 예산안이 삭감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추후 원내 지도부 간 협상 과정에서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꼼수 처리’라고 비판했다. 당초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 16일 전체회의에서 의결을 마친 뒤 예결위에 예산안을 넘길 예정이었다. 예산안이 기한 내에 상임위에서 의결되지 않으면 통상 예결위가 정부안을 논의한다. 하지만 민주당이 의결 정족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일정 연기를 요구해 예산안 처리가 늦어졌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정족수 부족으로 단독 의결을 하지 못하자 이 같은 편법을 썼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자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세계적 에너지정책 흐름과 탄소중립의 시대적 과제는 외면하고 재생에너지 만능주의만 고집하는 거대 야당의 시대착오적 행태는 철퇴를 맞을 것”이라며 “예산안 단독 처리 폭주는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16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고용노동부가 제출한 청년 취업 관련 예산 2382억원을 삭감했다. 교육부의 ‘한·미 대학생 연수’ 사업 예산은 약 63억원 중 18억5000만원이 감액됐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