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최저금리가 연 3%대로 떨어졌다. 대출 원가에 해당하는 은행채 금리가 하락한 가운데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이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상생금융 압박이 금리 하락을 부추겨 가계부채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혼합형(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이날 연 3.86~5.26%로 책정됐다. 직전 영업일인 지난 17일(연 4.03~5.26%)과 비교해 금리 하단이 0.17%포인트 내려갔다. 국민은행 주담대 최저금리가 연 3%대로 떨어진 것은 9월 22일(연 3.9%) 이후 2개월 만이다.
신한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도 같은 기간 연 4.66~5.97%에서 연 4.60~5.90%로 최저금리가 0.06%포인트 하락했다. 우리은행(0.06%포인트)과 농협은행(0.07%포인트)도 주담대 최저금리를 낮췄다.
은행들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 정책에 발맞춰 대출금리를 올렸다. 농협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최저금리는 지난달 4일 연 4.05%에서 이달 3일 연 4.81%로 한 달 새 0.76%포인트 뛰었고, 같은 기간 우리은행(0.53%포인트)과 국민은행(0.39%포인트)도 대출금리를 인상했다. 하지만 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이 본격화한 이달 둘째주부터 주담대 금리는 하락세로 바뀌었다. 국민은행의 주담대 최저금리는 이달 3일 연 4.39%에서 이날 연 3.86%로 17일 만에 0.53%포인트 하락했다.
은행들은 은행채 금리 하락에 따른 조달비용 감소로 주담대 금리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평균 금리는 지난 3일 연 4.586%에서 17일 연 4.279%로 0.307%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은행채 금리 하락폭보다 주담대 금리 낙폭이 더 큰 만큼 상생금융 압박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16일까지 689조5581억원으로 보름 새 3조5462억원 늘었다. 지난달 증가액(3조6825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대부분 주담대 증가분(3조4175억원)이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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