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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편의점서 감기약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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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태원동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A씨는 이틀에 한 번꼴로 늦은 저녁 ‘상비약’을 찾는 손님을 빈손으로 돌려보낸다. A씨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는 규제 때문에 일반의약품을 들여놓을 수 없어서다. 현행법에 따르면 약국이 아닌 장소에서 안전상비의약품을 판매하려면 24시간 연중 ‘무휴 점포’여야만 한다. A씨는 오전 7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는 상주 인력을 두고, 오전 2~7시는 무인 시스템을 적용한다. 심야에 편의점을 찾는 손님은 드문데 매년 인건비가 치솟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약사법에 가로막혀 이 편의점에서는 일반의약품을 팔 수 없다.

안전상비의약품은 약사법 제44조 2항에 따라 해열 진통제 5종, 감기약 2종, 소화제 4종, 파스 2종 등 13개 의약품이 허가돼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A씨뿐 아니라 전국 24시간 유인 편의점이 아닌 곳에서는 규제로 불편을 겪고 있다. 24시간을 운영하더라도 무인 시스템을 일정 시간 적용하면 그 편의점에서는 약을 팔 수 없다. 이 때문에 일부 편의점주들은 “과도한 규제”라고 볼멘소리를 낸다. 특히 약국이 잘 갖춰진 도시에서는 불편을 느끼지 못할 수 있지만, 지방에서는 체감이 확연히 다르다는 주장이다. 병·의원과 약국이 부족한 의료취약지에서는 급할 때 편의점이 보완재 역할을 하는 곳도 있어서다.

소상공인업계에서는 상비약을 팔기 위해 편의점주들이 24시간 유인 체제를 고수하는 건 부담이라고 주장한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시급 9860원까지 올랐고, 주휴수당을 합치면 이미 시간당 1만원이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기·가스요금 등이 편의점주에게 큰 짐으로 작용한다. A씨는 “약국도 24시간 운영을 안 하는데 편의점에만 이런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모순된다”며 “무인 시간대에 약을 판매하는 게 문제라면 상주 인원이 있을 때만 팔도록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지 않냐”고 호소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옴부즈만지원단은 이 같은 문제를 ‘골목규제’로 규정하고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중기부와 옴부즈만지원단은 오는 23일 열리는 ‘규제뽀개기’ 행사(규제혁신토론회)에서 이 규제를 소개하고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희순 옴부즈만지원단장은 “소상공인에게 부담을 주는 골목규제가 아직도 많다”며 “주무 부처인 중기부와 옴부즈만이 협업해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규제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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