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10일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 테마주가 들썩이고 있다. 총선 차출설이 나오고 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관련 종목들이 폭등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정치 테마주는 시세를 분출하고 나면 급락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추격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질주하는 한동훈 테마주
20일 한동훈 테마주로 분류되는 디티앤씨는 가격제한폭(29.87%)까지 오른 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자회사인 디티앤씨알오도 14.55% 올랐다. 부방은 27.03% 오른 383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핑거(9.21%), 노을(5.45%), 오파스넷(3.84%) 등 다른 한동훈 테마주도 급등했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테마주로 꼽히는 에이텍, 이스타코, CS 등은 2021년 고점에서 70~90% 떨어진 이후 박스권에서 거래되고 있다. 진양화학, 진양산업, 안랩 등 오세훈 서울시장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테마주도 고점에서 반 토막 난 이후 횡보하고 있다.
정치 테마주는 여의도 정치 흐름을 반영한다. 한 장관이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관련주가 급등하고 있다. 아내인 진은정 변호사가 지난 16일 봉사활동에 참석하며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자 한 장관의 출마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동훈 인맥주를 넘어 정책 관련주까지 급등하고 있다”라며 “총선을 넘어 차기 여권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점이 테마주 강세 이유로 꼽힌다”고 전했다.
테마주, 저가 매수가 중요
정치 테마주는 주로 정치인과 고향이 같거나 같은 학교를 나와 테마주로 분류된다. 이날 급등한 디티앤씨그룹주는 이성규 디티앤씨알오 사외이사가 한 장관과 같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비슷한 시기 공군 법무관으로 근무해 테마주로 여겨졌다.최근 1주일 47% 오른 태평양물산은 임석원 대표가 한 장관과 같은 신동초등학교와 현대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이 공통분모로 꼽혔다. 에이텍은 신승영 대표가 성남창조경영 CEO 포럼 운영위원 출신이고 본사가 경기도 성남에 있다는 이유로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됐다.
펀더멘털이 아닌 기대감으로 움직이는 정치 테마주는 시세를 분출한 이후 급락하는 특징이 있다. 주가가 급등할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한 펀드매니저는 “정치 테마주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낮은 단가에 선제적으로 매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선거가 다가올수록 시세를 반납하는 경향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 테마주로 꼽혔던 서연은 2020년 5월 초 3815원에 거래되던 주가가 2021년 3월 2만6000원까지 올랐다. 이후 급락세로 전환하며 대통령 선거 전날인 2022년 3월 8일 9630원까지 떨어졌다.
에이텍은 이 대표가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기 시작하던 2020년 시세를 냈다. 2020년 4월 초 8080원이었던 주가가 그해 8월 4만7000원대까지 폭등했다. 2021년까지 3~4만원에 거래되다 대선 전날인 2022년 3월 8일 1만2700원을 기록하며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