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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처럼 아름다웠던 파리 옛시절…한국서 추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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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음악은 처음 한 소절만으로도 듣는 이의 가슴을 뛰게 한다. 훌륭한 글도 마찬가지다. 작품의 배경지식과 작곡가(작가)의 의도를 예습한 다음에 만나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냥 즐기는 데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미술은 조금 다르다. 아무런 준비 없이 덜컥 만났다간 십중팔구 ‘시간 낭비’다. 대체 뭘 그린 건지, 어떤 의미가 담긴 건지 온전히 이해하려면 작가는 물론 시대·사조까지 미리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술은 어렵다”는 사람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프랑스 화가 미셸 들라크루아(90)의 그림은 다르다. 좋은 음악의 첫 소절을 들을 때처럼 보는 이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그는 프랑스 파리의 풍경을 동화 같은 화풍으로 그린다. 색색의 불을 밝힌 상점들, 눈 오는 거리에서 마차를 타고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 아이와 함께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어머니….

화사한 색채와 정교한 붓질로 그가 그려낸 일상은 아기자기하면서도 따뜻하다. 무엇보다 쉽다. 이게 들라크루아를 ‘호불호 없는 화가’로 만들었고 전 세계에 수많은 팬을 거느리게 했다.

‘행복을 그리는 화가’ 들라크루아의 그림 200여 점이 다음달 16일 서울을 찾는다. 그의 90 평생을 통틀어 최대 규모 전시다. 장소는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이다.

전시를 주최하는 한국경제신문과 2448아트스페이스는 ‘미셸 들라크루아, 파리의 벨 에포크展’을 50% 저렴하게 만날 수 있는 ‘슈퍼 얼리버드’ 입장권을 20일부터 한정 판매한다. 가격은 1만원. 성인(2만원), 청소년(1만5000원), 어린이(1만2000원) 정상가보다 17~50% 저렴하다. 인터파크와 네이버 등에서 ‘들라크루아’로 검색한 뒤 예매하면 된다. 슈퍼 얼리버드 입장권이 매진되면 그다음 선택지는 일반 얼리버드 티켓(1만2000원, 최대 40% 할인)이다.


파리 토박이인 들라크루아는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50여 년간 ‘파리의 풍경’을 주제로 그려왔다. 그가 태어난 건 1933년. 19세기 말~20세기 초 문화예술이 살아 숨 쉬던 파리의 전성기,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대)의 흔적이 남아있던 시절이다. 작가는 “파블로 피카소를 비롯한 전설적인 화가들이 파리의 아름다운 길거리를 거니는 광경이 나를 그림으로 이끌었다”고 설명한다.

한 가지 알아둬야 할 점이 있다. 미셸 들라크루아는 그 옛날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그린 외젠 들라크루아(1798~1863)와는 무관한 화가다. 사실 두 사람의 화풍은 정반대에 가깝다. 정통 낭만주의 거장인 외젠과 달리 미셸은 독학으로 미술을 공부해 순수한 본능과 직관으로 그림을 그렸다는 점에서 소박파(naive art)로 분류된다. 미술사적 위상도 다르다. 작가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나는 거대한 곳(미술 역사)이 아니라 작은 정원에서 노는 평범한 화가일 뿐입니다”라고.


하지만 대중의 사랑으로 따지면 미셸은 외젠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다. 한국 관람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들라크루아는 이렇게 답했다. “한국에서 제 인생 최고의 전시를 할 수 있게 돼 영광입니다. 제 삶을 재료로 그린 그림들을 즐겁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전시는 내년 3월 31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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