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열린 지난 16일. 수험생인 20대 여성 A씨는 고사장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호출했다 봉변을 겪었다. 목적지인 서울 수궁동 오류고교를 정확히 입력했지만, 택시 기사는 차를 돌리기 어렵다며 목적지보다 멀리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웠다. A씨가 항의하자 기사는 “왜 목적지를 똑바로 입력하지 않았느냐”며 되려 화를 냈다. 그러면서 호출 서비스에 대해 별점 5점과 함께 긍정적인 내용의 평가를 쓰라고 요구했다. A씨는 기사의 요구를 들어준 후에야 차에서 내릴 수 있었다. A씨는 “외부 환경에 영향받지 않으려고 일부러 택시를 이용했다가 오히려 더 기분 나쁜 일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19일 교육계에 따르면 수능 당일 수험생들의 다급한 마음을 인질 삼아 갑질을 일삼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A씨의 사례처럼 목적지보다 먼 곳에 승객을 내려주거나, 별점과 평가를 강요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잔돈을 거슬러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수능 같은 큰 시험을 앞두고선 정신적인 안정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교육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수능 국어 과목을 가르치는 강사 김주찬 씨(30)는 “해마다 이런 일을 겪었다는 학생이 꼭 한두명씩 나온다”며 “부모님과 함께 이동하는 수험생과 달리 택시나 대중교통을 타고 혼자 고사장으로 향하는 학생들이 이 같은 상황에 취약하다”고 했다.
대중교통 업계에선 노사 갈등 과정에서 수능을 협상 지렛대로 삼는 경우도 흔하다. 2021년엔 경기 지역 자동차노동조합이 수능을 앞두고 파업을 예고했다. 다행히 수능 당일 오전 5시 30분까지 이어진 협상에서 협상이 극적 타결되면서 수험생들의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지난해엔 전남 목포에서 시내버스 노조가 수능 직전까지 약 한 달간 운행을 중단하면서 시가 수험생들의 긴급 수송 대책을 준비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