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주류가 달라졌다
브이티는 16일 5.42% 오른 2만1400원에 마감하며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코스메카코리아는 2.39% 오른 3만8850원에 마감하며 이달 8일 기록한 신고가(4만1100원) 경신을 재시도하고 있다. 씨앤씨인터내셔널(9.34%), 아이패밀리에스씨(5.1%), 실리콘투(5.88%)도 강세를 보였다.
브이티, 코스메카코리아, 실리콘투는 올 들어 주가가 네 배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씨앤씨인터내셔널(69%), 아이패밀리에스씨(106%), 클리오(90%), 잉글우드랩(175%)도 큰 폭으로 올랐다. 이들 종목 모두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세가 주가를 끌어올렸다.
주가가 오르는 이유는 미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한국 중저가 화장품 구매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K팝, K드라마 등의 인기로 한국 문화에 관심이 커진 가운데 경기가 침체하면서 한국의 가성비 높은 화장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미국에서 한국 화장품의 점유율은 15%에 이른다. 일본에서는 한국 화장품이 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 동남아에서도 한국산 점유율이 20%에 달한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화장품의 주력 판매처가 중국에서 미국·일본·동남아로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화장품사는 줄줄이 고전
중소형 업체는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 상승세에 불이 붙었다. 신제품 ‘리들샷’으로 일본 시장에서 판매가 급증한 브이티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44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33% 급증했다. 증권사 평균 예상치(99억원)를 훌쩍 웃돌았다.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인 코스메카코리아는 3분기 영업이익이 137억원으로 367%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법인 영업이익이 92억원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이끌었다. 중소 브랜드의 유통과 마케팅을 대행하는 실리콘투의 3분기 영업이익도 204% 늘어난 151억원으로 집계됐다.
대형 화장품 업체들은 고전하고 있다. 중국 침체 직격탄을 맞은 에스티로더는 올해 주가가 50% 넘게 떨어졌다. 2021년 12월 최고가 대비 3분의 1토막 났다. 시세이도 주가도 올해 32% 하락했다. LG생활건강은 올해 52% 폭락했다.
전문가들은 중소형사 약진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가 화장품을 접하는 채널이 유튜브, 틱톡 등 SNS로 이동하면서 중소형사가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