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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세금 걱정에 복수의결권 벌써 '무용지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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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세금 걱정에 복수의결권 벌써 '무용지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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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300억원대 스타트업 대표 A씨는 요즘 추가 투자 유치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한 번 더 신주를 발행하면 지분율이 30% 밑으로 떨어져 경영권이 취약해질 수 있어서다. 그러던 차에 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복수의결권 주식’이 곧 허용된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발행 가능성을 알아봤다. 하지만 곧 검토를 중단했다. 창업주가 현금이 없어 보유 중인 회사 주식을 출자해 복수의결권 주식을 받으면 수억원의 ‘세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세무사의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A씨가 현물출자를 해 새 주식을 받으면, 거래의 실질은 구주를 신주로 바꾼 것에 불과하지만 세법은 이 거래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게 돼 있다. A씨가 구주를 회사에 팔아서 차익을 올리고 그 대가로 신주를 받았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대주주는 거래가격과 과거 주식 취득가격의 차액이 3억원을 초과하면 25%의 세율을 적용한다.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만한 스타트업이라면 몸값이 상당히 뛴 경우가 대부분이다. 몸값 1조원인 유니콘 기업을 키워낸 창업주(설립 당시 자본금 1억원)가 보유 지분 중 10%를 현물출자해 복수의결권 주식을 받으면, 단순 계산만으로 약 250억원의 세금을 고지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기업가치를 키웠다고 해서 스타트업 대표가 현금 부자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매달 월급 줄 걱정에 현금 흐름을 계산해 보는 처지인 경우가 대다수다. 투자를 받는다고 해도 이는 회사로 가는 돈이지 창업주가 납세에 활용할 수는 없다. 결국 복수의결권 주식은 지금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17일 복수의결권 주식을 허용하는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 조치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시행되자마자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법 개정 과정에서 이 같은 ‘세금 리스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뒤늦게 내부 논의에 들어갔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결국 제도 개선의 취지를 살릴 수 없게 된 셈이다.

복수의결권 주식은 스타트업 창업주가 경영권을 위협받지 않으면서 투자를 받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도입됐다. 스타트업의 오랜 ‘숙원’이었다. 하지만 세금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으면서 ‘정작 기업들의 이야기를 듣는 데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서둘러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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